'노련한 스무살' 안승민, "홈런보다 볼넷이 싫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9.04 11: 02

"그냥 그랬어요".
한화 2년차 우완 투수 안승민(20)은 지난 3일 대전 넥센전에서 야구공을 던진 뒤 처음으로 3타자 연속 홈런을 맞았다. 1회초 원아웃을 잡고나서 고종욱-알드리지-박병호에게 3타자 연속 홈런 퍼레이드를 허용했다. 시작부터 정신없이 홈런을 두들겨 맞았지만 안승민은 흔들리지 않았다. 4타자 연속 홈런을 노린 송지만을 헛스윙 삼진 처리한 것을 시작으로 이날 개인 한 경기 최다 탈삼진 9개로 포효했다.
이날 안승민은 올 시즌 최다 7이닝을 던지며 4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 3실점으로 역투했다. 1회 3타자 연속 홈런 후 안타 하나를 맞았을 뿐 거의 완벽에 가까운 피칭이었다. 비록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오히려 박수를 보낼만한 피칭이었다. 경기 후 한대화 감독도 한동안 안승민을 빤히 쳐다보며 "박살나는 줄 알고 유창식을 준비시키려했는데 잘 버티데"라고 한마디 툭 던졌다. 안승민은 "창식이가 준비하는 줄 몰랐어요"라며 쑥스러워했고, 한 감독도 입가에 흐르는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3타자 연속 홈런을 맞았지만 안승민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그는 3타자 연속 홈런을 당한 기분에 대해 "그냥 그랬다. 몰린 공을 상대 타자들이 잘 쳤다. 어차피 솔로 홈런이었기 때문에 기분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볼이나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집중하자는 생각으로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였을까. 이날 그는 4타자 연속 포함 탈삼진 9개로 위력을 떨쳤다. 개인 한 경기 최다 탈삼진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았다. 홈런을 맞은 후 상대 타이밍을 뺏기 위해 세트포지션으로 집중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이라고 답했다.
안승민은 올해 피홈런이 19개로 가장 많다. 반면 볼넷은 24개밖에 되지 않는다. 피홈런과 볼넷의 비율이 거의 1대1. 그는 "야구를 하다 보면 홈런은 언제든 맞을 수 있는 것이다. 솔로 홈런 같은 경우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해 그가 맞은 홈런 19개 중 10개가 솔로. 맞아도 치명타가 적었다. 연속 볼넷으로 주자를 모은 후 한 방을 맞는 것보다 훨씬 시원시원한 피칭이다. 그는 "홈런보다는 볼넷을 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3타자 연속 홈런을 맞은 날에도 안승민은 사사구가 하나도 없었다.
올해 안승민의 9이닝당 볼넷은 1.86개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KIA 아퀼리노 로페즈(1.39개) 다음으로 좋다. 안승민은 "나도 어렸을 때에는 강속구 투수였다. 하지만 프로에온 뒤 스피드보다는 제구가 더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 언제나 스트라이크존 코너를 구석 구석 찌르는 제구에 집중한다"고 했다. 물론 볼넷을 싫어한 건 오래된 일이다. 그는 "야구가 뭔지 조금씩 알게 된 초등학교 5~6학년 때부터 볼넷을 싫어했다. 구위보다는 제구가 먼저"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대화 감독은 "안승민이 이제 2년차인데도 잘 던져주고 있다. 타선과 수비가 도와줬으면 충분히 10승도 가능했을 것"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올해 안승민은 24경기에서 6승7패 평균자책점 5.42를 기록하고 있다. 팀 내 투수 중에서 유일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으며 가장 많은 116⅓이닝을 소화했다. 안승민은 "10승에 대한 큰 욕심은 없다. 그보다 매경기 선발투수의 기본이 되는 퀄리티 스타트를 목표로 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올해 안승민의 퀄리티 스타트는 정확히 10차례. 한화 팀 내에서 가장 많다. 리그 전체로 넓혀도 퀄리티 스타트 10차례 이상한 투수는 안승민 포함 모두 16명. 외국인 투수 7명을 제외하면 토종 투수는 9명밖에 남지 않는다. 그 중 가장 나이 어린 투수가 바로 안승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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