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한 느낌은 없다".
한화 외국인 마무리 데니 바티스타(31)가 연일 위력을 떨치고 있다. 바티스타는 지난 3일 대전 넥센전에서 3-3으로 맞선 9회 2사부터 구원등판, 2⅓이닝 동안 1볼넷 4탈삼진 노히트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지난 2일 대전 넥센전에서 1⅔이닝 무실점으로 한국 무대 데뷔 첫 승을 거둔 후 연이틀 승리. 올해 바티스타가 17경기에서 거두고 있는 성적은 2승5세이브 평균자책점 2.42다.
바티스타는 최근 길게 던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지난달 26일 대전 LG전에서는 한국 무대 데뷔 후 가장 많은 4이닝을 던지며 65개의 공을 던졌다. 이후 5일간 등판 기회를 잡지 못한 바티스타는 2일 넥센전에서 1⅔이닝 동안 37구를 뿌렸고, 3일 넥센전에서도 2⅓이닝 27구를 소화했다. 이틀간 64개의 공을 던지며 연이틀 끝내기 경기의 승리투수가 됐다. 바티스타가 경기 후반을 책임졌기에 가능한 끝내기였다.

주말 3연전을 앞두고 8위 넥센에게 1.5경기차로 바짝 쫓기는 신세였던 한화는 총력전을 벌였다. 총력전의 방점이 바로 바티스타였다. 바티스타도 한 감독 기대대로 연이틀 동점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뒷문을 걸어잠갔다. 3일 경기 후 한대화 감독은 "모든 선수들이 끝까지 잘 싸웠다. 특히 바티스타가 팀을 위해 멋진 투구를 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투혼을 발휘한 바티스타에게 각별한 고마움을 나타낸 것이다.
바티스타는 "연투를 하고 많이 던지고 있지만 피곤한 느낌은 없다. 아주 생생하다"며 "오히려 쉬고 난 뒤 던지면 감을 잡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로 5일 휴식 취하고 던진 지난 2일 넥센전에서 바티스타는 볼넷 4개를 남발했지만 연투한 3일 넥센전에서는 볼넷이 하나밖에 되지 않았다. 오랜 기간 중간-마무리로 활약한 투수답게 긴 휴식보다는 적절한 휴식과 연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바티스타는 마무리로서 강력한 위용을 뽐내고 있다. 종종 제구가 되지 않아 볼넷을 연속으로 허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탈삼진 능력이 압도적이다. 150km 초중반대 빠른 직구와 130km 초중반대 커브의 조합이 환상적이다. 22⅓이닝 동안 탈삼진 40개. 9이닝당 탈삼진이 무려 16.1개에 달한다. 어떤 위기 상황이 와도 결국에는 탈삼진으로 위기를 극복한다. 득점권에서 바티스타는 30타수 4안타로 피안타율이 1할대(0.133)에 불과하고, 탈삼진만 무려 18개를 기록했다.
하지만 보이는 기록과 위압감 이상으로 한화 코칭스태프는 바티스타의 마음가짐을 높이 평가한다. 한대화 감독은 "팀 상황을 잘 이해한다"고 말한다. 정민철 투수코치도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마운드에 오르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 코치 입장에서 참 고마운 선수"라고 칭찬했다.
그저 바티스타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마운드에 올라 삼진을 잡고 이닝을 마친다. 그리고 두 팔을 높이 들어 하늘을 가리킨다. 세레머니에 대해 그는 "하느님에게 감사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바티스타의 세레머니는 그의 육촌형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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