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유라 인턴기자] '쾅! 쾅! 쾅!'
3일 대전구장에는 1회초에만 쉴새 없이 홈런포가 터졌다.
넥센 히어로즈의 고종욱-코리 알드리지-박병호가 시즌 2번째 세 타자 연속 홈런을 터뜨린 것. 이날 넥센은 한화 투수진의 호투에 막혀 삼진 14개를 당하는 동안 4안타 만을 뽑아냈는데 그 중 3안타가 홈런이었다.

가장 먼저 홈런의 포문을 연 것은 2번타자 고종욱(22)이었다. 고종욱은 1회 1사후 상대 선발 안승민의 7구째 132km짜리 슬라이더를 받아쳐 우익수 뒤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비거리 110m)를 쏘아올렸다. 고종욱의 프로 데뷔 후 첫 홈런이었다.
경기고-한양대를 졸업하고 올해 넥센에 입단한 고종욱은 홈에서 1루까지 3.67초에 주파하는 빠른 발에 타율은 2할5푼3리로 평법하지만 장타율이 4할4푼3리에 이른다. 고종욱은 지난달 25일 잠실 LG전에서 3루타 2개를 터뜨리며 한 경기 최다 3루타 타이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고종욱은 3일 장타의 꽃인 홈런까지 신고하며 장타자로서의 성공 가능성을 보였다.
그리고 고종욱에 이어 알드리지(28)가 타석에 들어서 9구 대결 끝에 안승민의 126km 포크볼을 다시 우익수 담장 뒤로 넘겼다. 비거리는 105m. 올 시즌 넥센에서 뛰고 있는 거포형 외국인 타자 알드리지는 시즌 타율은 2할4푼8리에 불과하지만 장타율이 4할4푼2리로 높다.
알드리지는 8월 어깨 통증으로 인한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갔다가 9월 엔트리 확대 때 김시진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는 통첩과 함께 1군에 올라온 알드리지는 전날 5타수 3안타 맹타에 이어 이날 홈런을 쏘아올리며 다시 감독의 신임을 얻을 기회가 생겼다.
고종욱, 알드리지가 홈런을 터뜨리자 4번타자 박병호(25)도 가만 있을 수 없었다. 박병호는 안승민의 2구째 139km 직구를 받아쳐 솔로포(비거리 115m)를 터뜨렸다. 비거리 면에서 세 타자 중 가장 먼 '장타'였다.
지난 7월 31일 LG에서 트레이드되며 넥센 유니폼을 입은 박병호는 올 시즌 트레이드의 가장 큰 수혜자로 꼽힌다. 박병호는 스타급 선수들이 즐비한 LG에서 기회를 얻지 못하며 올 시즌 7월까지 네 달 동안 15경기 16타수 2안타 1홈런에 그쳤다. 그러나 그는 넥센 이적 후 붙박이 4번타자로 출장하며 8월 한 달에만 88타수 27안타 6홈런의 맹타를 휘둘렀다. 시즌 장타율도 5할9푼1리까지 끌어올렸다. 월간 홈런 1위, 결승타 1위(5개)로 월간 MVP도 노리고 있다.
비록 3일 팀은 11회 연장 끝에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으로 패했지만 무게감 있는 중심 타선의 부재에 고민해왔던 넥센의 어깨를 가볍게 할 희망포가 연달아 터졌다. 연속 홈런을 터뜨린 세 타자가 신인 선수, 외국인 선수, 이적 선수 등 다양한 출처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넥센의 선수 수급 능력도 인정받게 됐다. 이들이 지금의 장타력을 잘 가꾼다면 넥센의 내년 클린업 트리오의 불방망이 활약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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