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김동성은 왜 연예계를 선택했나-③
OSEN 황민국 기자
발행 2011.09.04 13: 52

김동성(31)은 한국 쇼트트랙의 전설이었다.
2002 솔트레이크 올림픽에서 안톤 오노(29, 미국)의 할리우드 액션에 금메달을 빼앗겼던 그는 세계선수권에서 전관왕에 오르며 국민적인 영웅으로 떠올랐다. 분노의 질주로 명명된 그의 활약상은 여전히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그의 화려했던 선수생활과 달리 은퇴 과정은 초라했다. 갑작스러운 연예계 진출 그리고 돌연 미국행을 결정하며 팬들의 곁에서 사라졌다. 김동성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던 것일까.

▲ "아름다운 은퇴를 꿈꿨다"
김동성은 지난 2003년 은퇴했다. 대한빙상연맹의 추천 선수로 2003~2004 시즌 국가대표로 선발됐던 김동성은 코칭스태프와 마찰을 빚자 태극마크를 반납함과 동시에 운동도 포기했다. 당시 상황으로 보자면 타의에 의해 은퇴를 결정한 셈이다.
하지만 8년 여가 흐른 현재 김동성의 얘기는 조금 달랐다.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마찰도 원인이었지만 자신의 완벽하지 못한 몸 상태도 결정적이었다는 설명이었다. 특히 1998년부터 2002년까지 세 번 수술한 무릎 수술이 원인이었다. 김동성은 자신의 무릎을 보여주며 "난 연골판이 없다"고 웃었다.
"무릎만 세 번 그리고 팔에도 한 번 칼을 댔습니다. 모두 전신 마취였죠. 1998년부터 2002년까지 매년 수술대에 오른 셈입니다. 그래도 매년 목숨 걸고 재활해 현역 최고의 수준으로 활약했죠. 그런데 2002년 시즌이 끝난 뒤에는 더 이상 안됐습니다. 무릎이 움직이지 않았죠. 남 탓을 하면 안 되는데, 그 당시에는 추천 선수로 뽑히는 과정에서 다소 억울함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은퇴를 결정한 것이 현명했습니다. 그러지 않았다면, 아름다운 은퇴는 꿈도 꾸지 못했겠죠. 후배들에게 치이는 모습을 보이다가 사라졌을 겁니다".
▲ "연예계? 나도 일이 필요했다"
아름다운 은퇴는 모든 선수들의 소망이다. 당연히 김동성의 설명에 고개를 주억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연예계 진출은 의아했다. 강호동 강병규 등 운동선수 출신이 연예계에서 성공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확률이 희박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동성 역시 연예계의 좁은 문을 뚫지 못했다. 반 년간 제법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했지만, 곧 식상한 이미지로 전락해 연예계 생활을 접었다. 그저 운동선수의 짧은 외도로 취급됐다. 영웅의 추락이었다. 외도 치고는 적지 않은 수입을 올렸다는 사실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이에 대해 김동성을 연예계로 이끌었던 아톰엔터테인먼트의 김준호 사장은 "은퇴한 동생에게 새로운 일을 주고 싶었던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김동성도 같은 말을 했다. 운동선수가 은퇴하니 새로운 세상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김동성은 "떡볶이를 팔다가 공부해 변호사가 될 수도 있지 않는가. 나도 연예인이 내 새로운 직업이 되기를 바랐을 뿐이다. 물론, 내가 연예계로 진출했을 때 팬들의 아쉬움이 많았던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는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다. 나도 일이 필요했다. 운동선수라고 운동만 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고 고개를 숙였다. 
▲ "중학교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전성기에서 나락으로 떨어졌던 과거를 떠올렸던 탓일까. 김동성은 허공을 보며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가장 행복했던 시기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그 시기가 궁금했다.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이뤘던 1998 나가노 동계올림픽이었을까. 아니었다. 김동성은 그저 어떤 고민도 없이 빙판을 치닫던 중학교 시절이라고 했다.
"1998 나가노 동계올림픽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겁니다. 그렇지만, 저에게 가장 행복했던 시절은 아니에요. 그 때는 이미 아버지가 돌아가셨거든요. 그래서 아버지가 제 곁에 계셨던 중학교 시절이 그립습니다.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시절처럼 어떤 고민도 없이 운동만 할 수 있다면, 그랬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김동성의 인터뷰는 4편으로 나눠 게재되고 있습니다. ①김동성, "나는 제자들을 때리지 않았다" ②김동성이 한국으로 돌아온다 ③김동성은 왜 연예계를 선택했나 ④김동성, “안현수의 선택을 이해한다”>
stylelomo@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