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탉 한 마리가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웠다. 베스트셀러 동화를 원작으로 한 '마당을 나온 암탉'은 4일 오후 1시 관객수 200만 명을 돌파, 침체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국내 애니메이션 영화업계에 희망의 불꽃을 밝히고 있다.
그동안 한국 애니메이션은 할리우드와 일본에 뒤져 명함을 내밀지도 못했던 상황이다. 국내 애니메이션 흥행 기록이 이같은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다. 흥행 1위는 올해 개봉한 '쿵푸팬더2'로 507만명이고 2위는 '쿵푸팬더1'(2008)로 470만명을 기록했다.
3~4위와 9위는 드림웍스의 '슈렉' 시리즈가 차지했다. 5위는 한국에도 수많은 고정팬을 확보하고 있는 지브리 스튜디오 작 '하울의 움직이는 성'으로 302만명. 7위 역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수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게 돌아가 톱 10안에 일본 애니 2편이 포함됐다.

흥행 톱10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던 한국 애니는 이번에 '암탉'이 200만명을 동원하며 흥행 10위에 턱걸이, 드디어 체면치레를 했다. 지금까지 한국 애니 흥행 1위 기록은 지난 2007년 복원판 상영된 '로보트 태권브이'의 72만명의 저조한 기록에 머물러 있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스토리의 취약성, 개성 없는 캐릭터, 아동용이라는 국산 애니메이션에 대한 편견을 뛰어넘어, 100만부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탄탄한 스토리와 독창적인 캐릭터, 차별화된 그림체, 전 세대가 함께 만족하는 뛰어난 완성도를 선보였다는 평가다.
흥행의 본산 '명필름'은 처음 도전한 애니 시장에서 누구나 깜짝 놀랄 실적을 거둠으로서 영화제작의 명가 자리를 고수했다. 명필름의 이번 도전으로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고, 이는 국내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의 최초 성공 사례로 이어졌다.
오는 9월 말에는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중국에서의 대대적인 개봉까지 앞두고 있어, 글로벌 콘텐츠로서의 성공을 기대하게 한다. 개봉 6주차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흥행 뒷심을 발휘하고 있는 <마당을 나온 암탉>이 예년 보다 일찍 찾아온 추석 연휴 특수를 맞이해 어느 선까지 최다흥행 기록을 높일숭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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