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대전구장. 넥센과의 홈경기를 앞둔 한화 한대화 감독의 표정에 여유가 깃들었다. 3연전 첫 날 경기 전만 하더라도 8위 넥센에 1.5경기차로 쫓기는 불안한 7위였지만 3연전 첫 2경기를 모두 연장 11회 끝내기 승리로 가져가며 승차를 3.5경기차로 벌렸다. 한 감독이 1루 덕아웃에서 여유로운 표정으로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3루 덕아웃에서 원정팀 넥센이 경기장에 도착했고 이윽고 김시진 감독이 나타났다.
먼발치에서 김 감독을 발견한 한 감독은 손을 번쩍 들어올려 먼저 인사했다. 그러자 2연패를 당한 김 감독이 발끈했다. 박스에 담겨있던 야구공을 하나 꺼낸 김 감독은 현역으로 돌아간듯 투구폼을 취하더니 1루 덕아웃을 겨냥했다. 김 감독이 던진 공은 원바운드로 정확하게 1루 덕아웃을 향했다. 그리고 이내 김 감독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1루 덕아웃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 감독이 덕아웃 벤치를 가리키며 "여기 앉으세요"라고 했지만, 김 감독은 "여기 있기 싫어. 그냥 갈거야"라며 토라진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한 감독은 "아이 그러지 말고 앉아봐요"라며 기어이 앉혔다. 그러더니 한 감독은 먹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스푼으로 김 감독 입에 떠먹여 주는 훈훈한 풍경이 연출됐다. 2년 선후배인 김 감독과 한 감독은 현역 시절 프로에서 같은 팀으로 뛴 적은 없지만, 국가대표로 한솥밥을 먹으며 선후배의 정을 쌓았다.

못이긴 척 자리를 잡은 김 감독은 대뜸 "이왕하는 것 연장 한 번 더하자"라고 포고했다. 이에 한 감독은 "그럼 난리가 난다"며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었다. 한 감독의 말에 김 감독도 고개를 끄덕였다. 한화와 넥센은 지난 2~3일 경기 연속 11회 연장승부를 벌였다. 첫 날 양 팀 도합 28개 잔루가 나오더니 이튿날에는 넥센이 2회 이후 1안타 빈공에 시달렸고, 한화도 잔루 14개로 고전했다. 각각 3시간56분과 4시간2분이 걸린 대혈투.
물론 승부에 양보는 없다. 한 감독은 "내가 첫 날 김 감독님을 만나서 기를 좀 많이 뺏어왔다"며 껄껄 웃었다. 김 감독은 피칭훈련하는 류현진을 가리켜 "오늘 또 던지게 하려고? 오늘은 던지게 하지마"라며 한 감독에게 압력을 넣었다. 티격태격하던 두 감독은 가을 마무리훈련 연습경기 일정을 잡는 등 한창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최하위 자리를 피하기 위해 한창 순위 싸움을 하는 와중에도 김 감독과 한 감독은 특유의 만담으로 덕아웃 분위기를 훈훈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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