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 안 내던 롯데, '가을야구 모드' 돌입 사연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09.05 07: 01

[OSEN=잠실, 이대호 인턴기자] "원래 우리 사인 잘 안내잖아. 근데 이제 3루 코치한테 뭐라도 하라고 했어".
4일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를 앞둔 잠실구장. 원정 덕아웃에서 만난 롯데 양승호(51) 감독은 최근 호성적 덕분인지 연신 웃는 얼굴로 취재진을 맞이했다.
이날 화제가 되었던 이야기는 3일 잠실 LG전에서 나온 김주찬의 의문스러운 주루 플레이였다. 1회 무사 1,2루에서 1루 주자 김주찬은 LG 선발 벤자민 주키치가 투구를 하자 2루로 스타트를 끊었다. 문제는 2루 주자 전준우는 그대로 누상에 머물러 있던 것. 당연히 김주찬의 견제사가 예상됐지만 LG 포수 심광호는 1루수 이택근의 키를 훨씬 넘기는 악송구를 저질렀고 결국 이 실책으로 롯데가 2점을 선취해 경기를 쉽게 풀어갔다.

양 감독은 이에 대해 "그건 사인 미스"라며 "전준우가 스킵 동작(다음 누상으로 뛰려는 준비 동작)을 하는걸 보고 김주찬이 그대로 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양 감독은 "알다시피 따로 (작전을)안시켜도 워낙 선수들이 잘 해주니 특별히 사인을 잘 안내는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는 올 시즌 역시 작전 야구보다는 선수들에게 맡기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양 감독 역시 최근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라며 최대한 선수들에게 믿고 맡기는 모습을 보여왔다. 양 감독 부임 초기인 시즌 초반엔 여러 작전을 시도했지만 지난 3년간 '빅 볼'을 펼친 제리 로이스터 감독 아래에서 성장한 주전 선수들은 이에 익숙치 않아 성공률이 떨어졌다. 한 예로 작전야구 가운데 하나인 번트 횟수만 보더라도 롯데는 올 시즌 모두 47번 번트를 대서 가장 많은 번트를 기록한 SK(118번)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양 감독은 포스트시즌 등 단기전에선 작전야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큰 경기에서 작전을 안 걸수는 없는 것"이라며 "지난 2008년에 전임 로이스터 감독님은 시즌 중에 작전을 거의 내지 않았다. 그래서 벤치의 작전을 선수들에게 전달하는 3루 주루코치도 동작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삼성하고 준플레이오프를 할 때 시즌 중엔 가만 있던 롯데 3루 주루코치가 갑자기 부산해지니 삼성에서 '뭔가 작전이 나왔구나'라고 눈치를 채고 대비를 했다 하더라. 그래서 거기에 당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롯데는 지난 2008년 정규시즌 3위를 차지하며 8년 만에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다. 준플레이오프 상대는 4위 삼성. 전문가들은 선발진에서 앞선 롯데의 우세를 점 쳤으나 롯데는 삼성에 완벽히 제압당하며 시리즈 전적 3-0으로 시리즈를 내주고 말았다. 이후 롯데는 2009년과 2010년 두산 베어스와 준플레이오프를 가졌으나 두 차례 모두 시리즈를 내주며 가을야구를 접고 말았다. 다만 2009년에는 1승3패, 2010년엔 2승3패로 점점 포스트시즌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로이스터 감독의 뒤를 이어 올해 부임한 양 감독도 '롯데 가을야구 잔혹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이에 대해 양 감독이 내놓은 해법은 이랬다. 그는 "2008년에 작전 안 내다 내서 간파 당했으니 최근 3루 주루 코치에게 작전이 없어도 마치 작전이 나온 것처럼 계속 움직여라"고 지시했다며 "만약 계속 그렇게 움직이면 언제 작전이 나오는지 상대팀도 알기 힘드니 포스트시즌서 당할 일은 없을 것"이라며 웃었다.
단기전에는 단 한점이 중요하다. 정규시즌은 '내일'이 있지만 포스트시즌은 '오늘'만 있을 뿐이다. 오랜 기간 대학야구를 지도했던 양 감독은 이 사실에 대해 잘 알고 있을 터. 4일 현재 2위를 질주하며 4년 연속 포스트시즌을 앞둔 롯데의 '가을'이 어떤 모습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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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잠실=이대선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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