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수(27)가 페이크 번트와 홈스틸을 동시에 성공시키며 3연패의 늪에 빠져 4강 진출에 위기에 놓인 LG 트윈스를 구했다.
박경수는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1-1 동점이던 7회말 무사 2루에서 페이크 번트를 멋지게 성공시키며 1타점 역전 적시타를 날렸다. 이어 홈스틸로 쐐기점을 추가한 박경수 덕분에 LG는 3-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다시금 4위 SK와 승차를 4경기 차로 좁히며 추격에 나섰다.
사실 이날 박경수가 성공시킨 페이크 번트와 홈스틸은 좀처럼 소화하기 힘든 작전 중 하나다.

먼저 페이크 번트란 타자가 번트의 자세를 보이다 갑자기 배트를 길게 잡고 강공으로 돌아서는 작전을 말한다. 보통 상대 내야수들이 번트를 예상하고 극단적으로 전진수비를 할 경우, 그리고 야수가 전전 수비를 하지 않더라도 선행 주자가 도루를 시도하듯 먼저 스타트를 끊어 런앤 히트 작전이 걸렸을 때도 1,2루 또는 2,3루 사이가 넓어지는 틈을 노리기도 한다.
박경수는 첫 번째 사례로 보면 된다. 상대 1루와 3루수가 타자 앞까지 달려 들어오는 상황에서 번트를 댈 경우 선행주자가 아웃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동시에 번트를 시도하는 타자 역시 부담감을 갖게 돼서 파울을 유도하거나 야수 정면으로 가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보통 이런 경우 페이크 번트를 시도해 전진 수비로 넓어진 타구 범위를 확보해 안타 또는 상대의 포위망에서 벗어난다.
그러나 이 작전은 아무 때나, 또 아무에게나 시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작전 수행능력이 있는 타자들에게서만 가능하다.
LG는 1-1 동점이던 7회 선두타자 이택근이 3루수 강습으로 좌측선상 2루타를 치고 나갔다. 그러자 박종훈 감독은 작전 수행능력이 있는 박경수에게 초구 희생번트 작전을 보냈다. 그러나 박경수가 파울을 하면서 볼카운트는 1-0가 됐다.
롯데가 강한 압박 수비를 하자 박경수가 많이 당황했다. 실제로 박경수는 "롯데 내야수가 너무 달려 들어와서 나도 놀랐다"며 파울 실패를 인정했다.
그렇다면 다음 작전은 어떤 것이 나올까. 누가 봐도 다음 볼에서도 번트를 예상할 수 있다. 그래서 롯데는 1루수 이대호와 3루수 황재균이 극단적으로 홈플레이트를 향해 뛰었다.
그러나 박경수는 버스터로 돌아서 멋지게 3루수 황재균쪽으로 타구를 날렸다. 앞으로 뛰어 들어오던 황재균은 황급히 타구를 피하면서 1타점 좌전 적시타가 됐다.
박경수는 "첫 번째 내가 상대에 당했다. 그래서 두 번째도 상대가 적극적으로 들어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대비를 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웃었다.

버스터 작전을 성공시킨 박경수는 7회 2사 1,3루에서 홈스틸까지 성공시키며 팀을 3연패에서 탈출시켰다.
홈스틸은 3루 주자가 투수가 포수에게 공을 던지는 사이 도루를 시도하는 것으로 빠른 발, 주루 센스, 그리고 상대의 작전과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날 박경수의 홈스틸은 투수가 포수에게 공을 던지는 동작 이외의 것에서 나와 KBO는 "홈스틸은 홈스틸이지만 단독 홈스틸은 아니다"고 정의했다.
"코치님의 사인이 있었다"고 말한 박경수는 1루 주자인 오지환과 호흡을 맞춰 이병규가 볼넷을 골라내는 동안 롯데 포수 강민호가 2루에 송구하는 틈을 놓치지 않고 홈을 파고들었다.
박경수는 홈에 들어오는 과정에서 롯데 포수 강민호와 충돌해 잠시 동안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구급차가 들어오기까지 했으나 유니폼에 묻은 흙먼지를 훌훌 털어내며 1루측 덕아웃으로 걸어들어갔다. 박경수는 경기 후에도 목이 뻐근한 지 계속해서 스트레칭을 했다.
박경수는 몸도 피곤하고 가벼운 통증도 느꼈지만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그는 "우리팀이 4강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매 경기 최선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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