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3일간 일본 도쿄돔을 점령했다. SM의 브랜드 공연인 'SM 타운 라이브'의 도쿄 앙콜 공연 '스페셜 에디션'이 개최된 것. 무려 15만명의 관객이 공연장을 찾았고, SM은 한류의 '넘버 원' 자리를 화려하게 입증했다.
김민종부터 에프엑스까지, SM 가수들이 총출동한 이번 도쿄돔 공연은 지난해 신한류 열풍으로 '탄력'을 받은 K-POP의 위상을 한껏 드러냄과 동시에, 향후 더 뻗어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는 의미를 부여받았다.

가수 비와 동방신기가 도쿄돔에 떠들썩하게 입성한 게 지난 2007년. 어느새 도쿄돔에서 3회 공연도 거뜬해진 한국가수들의 위엄에 취재진 역시 놀라움을 표했다.
#1. 도쿄돔, 낮아진 장벽
도쿄돔은 5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으로 일본에서도 톱스타만 설 수 있다는 '꿈의 무대'로 통한다. 한류의 원조 가수 보아도 데뷔 10년째를 맞은 이번에야 도쿄돔에 처음 섰을 정도로, 쉬운 무대가 아니다.
그런데 이 무대에, 아직 일본에 공식 진출을 하지도 않은 에프엑스가 섰다. 샤이니는 일본 진출 두달만에 섰다. 강타와 보아는 "이런 기회를 갖게 된 후배들이 부럽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후배들은 "선배님들이 길을 닦아준 덕분에 이런 기회를 가졌다"고 거듭 강조했다.
보아와 동방신기는 일본에서 SM의 '오늘'을 있게 한 주역으로 꼽힌다. 한류의 힘을 빌리지 않고, 현지에서 여느 '신인'과 똑같이 데뷔해 한국 가수의 매력을 직접 알리는데 앞장 섰기 때문. 일본어를 배우고, 일본에 장기간 체류하며 적극적으로 다가간 한국 가수에게 마음을 연 일본 대중이 점차 한국 가수에 빠져들었다는 게 SM 후배 가수들의 분석이다.
보아는 이날 "그동안 많이 외로웠는데, 후배들과 함께 해 오늘은 정말 행복하다"며 그동안 일본 시장을 홀로 '개척'하며 느꼈던 외로움을 언급하기도 했다. 동방신기도 한국에서 '오정반합'으로 가요대상을 타고 바로 다음날 일본으로 건너가 무대도 다 갖춰지지 않은 허름한 행사장에서 노래를 부른 일화 등이 수두룩하다. 이들은 결국 오리콘 1위에 올랐고, 일본 내에 SM을 알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강타는 "현지화 전략이 주효했다. 아무래도 (더 친근해서) 일반 한류보다는 관객 동원력이 우수한 것 같다. 거기에 후배들의 실력과 비주얼이 잘 부합돼 모든 게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평했다.

#2. 건재한 동방신기
동방신기는 건재했다. 동방신기는 이미 2009년 7월, 비에 이어 도쿄돔 무대에 선 바있다. 2인조로 재편된 후 그동안 일본 내 최고 인기그룹 자리에 올랐던 동방신기의 위상이 위기를 맞지 않을까 우려도 제기됐지만, '분할' 사태 이후 3년이 흐른 지금도 유노윤호와 최강창민은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다.
이날 공연 후반부에 동방신기가 본격 등장하자, 5만 관객 중 상당수는 '동방신기 팬'임을 커밍아웃했다. 동방신기의 팬들이 쓰는 빨간색 야광봉을 꺼내 흔들기 시작한 것. 후배들과는 확연히 다른 환호성으로 도쿄돔은 동방신기의 단독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사실 일본 내 동방신기의 티켓 파워가 여전히 상당하다는 전언은 계속돼왔다. 한 아이돌 그룹의 멤버는 최근 일본의 한 한류콘서트를 다녀온 후 "동방신기는 대단했다. 동방신기의 단독 공연에 게스트로 선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그룹의 멤버도 "동방신기에 완전히 묻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었다. 이날 공연은 SM이 소녀시대, 샤이니, 슈퍼주니어 등으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데 성공했지만, 그 토대가 되는 동방신기 역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이와 관련 유노윤호는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기보다는, 매일 도전하고 있는 것 같다. 후배들이 너무 잘하고 인기가 금방 올라와서,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고 겸손해 했다.
#3. K-POP, 당분간 OK!
SM은 든든한 미디어를 하나 얻었다. 15만명이나 되는 관객을 상대로 무언가를 내보일 수 있게 된 것. SM에 따르면 티켓 응모자는 60만명에 달했다.
지난해 소녀시대, 카라의 선풍적인 인기 이후 아직 폭발적인 성과가 없고 한류가 이제 정점에 달해서 내려올 일만 남았다는 일부 지적도 있지만, SM은 오히려 이제 시작이라는 입장이다.
SM 김영민 대표이사는 "이제 15만명이 보는 '미디어'를 확보한 셈이다. 동방신기를 보러 왔다가 에프엑스의 공연에 가보고 싶다고 느끼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이렇게 팬층을 넓히고 신인 가수를 소개하는 게 가능한 채널로서, 'SM타운 라이브'는 큰 의미를 가진다. 앞으로는 이를 바탕으로, 각 가수들의 단독 공연도 활발하게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바로 다음에는 오는 11월 슈퍼주니어의 오사카 공연이 계획돼있고, 내년에는 에프엑스의 공식 일본 활동이 시작된다.
일각에선 일본 현지의 반한류 시위를 우려하긴 하지만 이 역시 크게 신경쓸 필요 없다는 게 SM의 입장이다. 김 대표는 "한국 문화가 이렇게 많이 들어오는데, 반발이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한 거다. 너무 반한류에 집중하지 않고,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게 답이다"고 말했다.

한류의 수명에 대해서도 낙관적으로 봤다. 그는 "최소한 3~5년이다. 한국은 트레이닝 시스템이 구축됐기 때문이다. 또 이 시스템은 한 그룹에 20억원씩 많이 투자를 해야 하므로, 10팀 중 한두팀만 성공한다고 본다면 순이익이 300억원쯤 있어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오너가 확실히 있는 회사만 가능하다. 일본과 미국은 따라하기 어려운 구조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유럽에서 함께 밴드를 기획해보자는 제안도 받았다"며 향후 SM 가수가 한류의 틀을 벗어나 더 다양해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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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M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