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인 볼트(25, 자메이카)로 시작해서 우사인 볼트로 끝났다. 말 그대로 화룡점정했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지난 4일을 마지막으로 9일간의 열전을 마치고 폐막했다. 이번 대회에는 역대 가장 많은 202개국 1945명의 선수가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 화끈한 경기를 펼쳐 보는 이들에게 많은 만족감을 안겨줬다.
무엇보다도 그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단거리의 황제' 우사인 볼트(25, 자메이카)였다. 볼트는 100m와 200m에서 역사상 가장 빠른 선수로 기록되어 있는 만큼 인기도 높았다.

그만큼 화제의 중심이었다. 볼트는 대회 첫날 100m 1회전과 준결승에서 막판 스피드를 줄임에도 결승선을 1위로 통과하는 엄청난 모습을 보이며 주목을 받더니 결승에서는 말도 안되는 부정 출발로 실격 처리됐다. 볼트의 실격에 전세계 언론들이 놀란 것이다.
심한 자책을 하던 볼트는 200m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경기에 임했다. 부정 출발의 트라우마 때문인지 출발 자체에 큰 신경을 쓰지 않은 것. 그러나 볼트는 출발에서 늦은 만큼 레이스에서 엄청난 가속도와 폭발적인 스피드로 만회, 결국에는 200m 우승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대회 초반의 실패를 털고 일어 선 볼트는 대회 마지막 날 유종의 미를 보였다. 바로 남자 4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2관왕을 차지한 것. 게다가 이날까지 나오지 않았던 세계 신기록까지 수립했다.
남자 400m 계주에서 자메이카의 마지막 주자로 달린 볼트는 평소와 다르게 결승선을 통과하는 데 있어 여유를 부리지 않았다. 평소 같았으면 속도를 줄이고 뒤를 돌아볼 볼트였지만 이번 만큼은 달랐다. 볼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속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 결과 자메이카는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자신들이 수립한 세계 신기록을 0.06초나 앞당기며 금메달까지 획득하는 명예를 안게 됐다. 또한 볼트와 요한 블레이크는 대회 2관왕까지 차지하게 됐다.
단연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최고의 스타를 꼽자면 볼트가 선정될 것이 분명하다. 그만큼 볼트는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대구 대회의 최고 스타다. 또한 기록 흉작의 불명예를 안을 뻔한 대구 대회에 세계 기록을 선사한 은인이다. 볼트는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모습으로 대구 대회를 화룡점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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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구=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