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연패와 통산 10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의 달성. 그러나 미국으로서는 씁쓸하기만 하다.
미국은 지난달 27일부터 4일까지 대구서 열린 제 13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12개로 종합 우승을 거뒀다. 미국은 제이슨 리처드슨(110m 허들)과 카멜리타 지터(여자 100m, 여자 400m 계주), 브리트니 리스(여자 멀리뛰기) 등의 활약으로 5연속 및 통산 10번째 종합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미국은 금메달 12개, 은메달 8개, 동메달 5개를 따내며 총 25개로 2위 러시아(금메달 9, 은메달 4, 동메달 6)에 비해 금메달은 물론 총 메달 수까지 앞섰다. 육상의 진정한 강자라고 할 수 있는 것.

그렇지만 이번 대구 대회의 승자는 미국이 아닌 자메이카 같다. 비록 자메이카가 금메달 4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개에 그치며 지난 베를린 대회(2위)와 달리 4위에 머물렀어도 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회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모든 초점이 자메이카에 맞춰졌기 때문. 정확히 말하면 우사인 볼트(25)에 맞춰져서다.
볼트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람이라는 수식어답게 모든 주목을 받았다. 대회 초반 100m 결승서 어이없는 부정출발로 실격됐을 때 볼트에 대한 외신들의 보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그만큼 볼트의 실격은 충격적이었다는 것이다.
볼트는 자신에 대한 관심을 제대로 즐길 줄 알았다. 100m 결승에서 실격을 당한 뒤 200m에 출전할 때도 경기 전에 익살스러운 행동으로 여유를 부렸다. 100m에서 실격은 단순한 실수이고, 이미 지난 일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이것을 볼트는 200m 우승으로 증명했다. 또한 400m 계주에서는 37초04를 기록, 세계 신기록을 수립하며 유종의 미까지 거뒀다.
반면 미국은 그렇지 못했다. 여자 4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유종의 미를 거두는 듯 싶었으나, 남자 400 계주에서 일을 그르쳤다.
이날 미국은 자메이카와 접전을 펼쳤지만 세 번째 주자 다비스 패튼이 네 번째 주자 월터 딕스에게 바통을 넘기려는 과정에서 미리 스타트를 끊은 옆 레인 영국의 마지막 주자 해리 에이킨스-아리티와 부딪쳐 넘어지며 바통 터치를 못하는 실수를 저질러 레이스를 중도 포기해야 했다.

분명 5회 연속 종합 우승과 통산 10회 우승을 차지했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미국으로서는 아쉬움이 남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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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구=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