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 싸움, '류현진에게 물어봐'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9.05 07: 00

"류현진 나오게 하지마".
지난 4일 대전구장. 넥센 김시진 감독이 한화 한대화 감독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김 감독의 시야에 한화 '괴물 에이스' 류현진(24)이 들어왔다. 류현진은 피칭훈련으로 가볍게 몸을 풀고 있었다. 김 감독은 "오늘 또 던지게 하려고? 오늘은 좀 던지게 하지마"라며 농담으로 한 감독에게 압력을 넣었다. 한 감독은 "어차피 오늘은 안 나옵니다"라며 김 감독을 진정시켰다. 한 감독은 이미 류현진의 선발 전환을 공언한 상태였다.
류현진은 지난 2일 대전 넥센전에서 한 달만의 복귀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1⅓이닝 동안 2피안타 1볼넷을 허용했지만 탈삼진 하나 포함 무실점으로 막았다. 특히 최고 149km 포함해 직구 평균 구속이 144.5km. 정상 구위를 회복했고 한대화 감독은 더 이상의 불펜 대기를 허락치 않았다. 당장 이번주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가기로 했다. 관심은 이제 류현진이 언제 선발 등판하느냐로 모아진다.

한화는 이번주 5~6일 대구 삼성전, 7~8일 목동 넥센전, 9~10일 문학 SK전으로 일정이 짜여져있다. 류현진의 등판은 주중 삼성전 또는 넥센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 감독은 류현진의 선발 복귀날에 대해 "이번에는 비밀이다. 유도 심문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묘한 웃음을 보였다. 류현진도 "언제 나올지 모르겠다"며 철저하게 비밀리에 부치고 있다. 이왕이면 최대한 상대에게 혼란을 주겠다는 의도.
당장 롯데의 맹추격으로 1위 자리를 안심할 수 없게 된 삼성의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됐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올해 이상하게 류현진이랑 많이 붙는다"며 볼멘 소리를 자주 했다. 올해 류현진은 삼성전 3경기 모두 선발로 나와 2승1패 평균자책점 2.63으로 위력투를 펼쳤다. 시즌 초반 삼성이 흔들릴 때 괴롭힌 투수가 바로 류현진이었다. 주초 삼성전에 류현진이 출격한다면 삼성도 쉽지 않은 길을 걸을지 모른다.
넥센전 등판 가능성도 높다. 한대화 감독은 "꼴찌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넥센전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넥센전 3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1.65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류현진이다. 최하위에 대한 일말의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서라면 넥센전에서 류현진을 쓰는 게 남는 장사가 될 수 있다. 류현진도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 그보다 팀이 꼴찌를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넥센을 이겨야 한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비단 이번주 삼성과 넥센뿐만이 아니다. 시즌 막판까지 이어질 순위 경쟁에서 류현진이 거대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창 좋을 때 모습을 선발로도 다시 보여줄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그래도 류현진이다. 복귀전을 통해 구위를 거의 회복했기 때문에 그를 상대하는 팀들은 큰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시즌 막판 한대화 감독에게 잘 보이기 위한 순위 경쟁팀들의 눈치 전쟁이 벌어지게 될 판. '류현진 파워'는 막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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