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들은 그의 공이 눈에 보인다고 한다. 분명히 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LG 트윈스 타자들의 이야기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3번 만나서 한번도 그를 무너뜨리지 못하고 3패를 당했다.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투수 크리브 부첵(33)의 완승이다.
부첵이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LG 트윈스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9개의 안타를 맞고도 2실점(2자책)으로 호투하며 시즌 4승째를 거뒀다.
부첵은 시즌 중반 브라이언 코리를 대신해 롯데 유니폼을 입고 8경기에 등판해 4승2패 평균자책점 3.83을 기록 중이다. 44⅔이닝 동안 피안타가 46개, 피홈런도 3개나 된다. 그러나 크게 무너지지 않은 것이 그의 장점이다. 특히 LG를 상대로 3경기에 등판해 19⅓이닝 동안 안타를 19개나 맞고도 4점만 내줘 평균자책점은 1.40에 불과하다. 분명히 난공불락은 아닌데 그 속에 어떤 비밀이 있을까.

▲독특한 투구폼에 국내 타자들 적응 어려워
부첵은 우완 정통파로 195cm의 큰 키와 95kg이라는 건장한 체구를 자랑한다. 특히 상체와 하체가 매우 길어 투구를 할 때 두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부첵은 와인드업 준비 동작에서 오른 오른 어깨를 뒤로 빼는 것을 지칭하는 테이크 백, 또는 백스윙 동작이 매우 간결하다. 테이크백이 짧다는 것은 장점과 단점이 있다. 힘을 모으는 준비 동작이 작기 때문에 공에 체중 이동을 완벽하게 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짧은 시간에 체중이동을 해서 힘을 모을 경우 그 만큼 짧은 시간에 투구를 하기 때문에 타자들로서는 반응 속도가 짧아진다. 바꿔 말하면 투수에게 장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는 부첵의 하체다. 부첵은 195cm의 큰 키를 최대한 활용한다. 사실 부첵의 투구폼의 가장 큰 특징은 공을 던지면서 왼 발을 밀고 나가는 스탠스가 일자로 나가는 스트레이트 스탠스가 아니라 크로스 스탠스다. 즉, 공을 던지는 동작에서 허리를 약간 틀어 축이 되는 오른발과 자유족 왼발의 위치가 일자가 돼 12시 방향이 아니라 시침 12시 30분 방향에 떨어진다. 보통 투수들의 교본은 스트레이트 스탠스다. 한국 투수들의 경우 대부분의 정통파들이 크로스 스탠스를 하는 것은 드물다. 일단 하체가 길어야 하며 허리에 무리가 가서 쉽지 않다.

▲부첵 구위의 3가지 비밀
먼저 투수의 기본은 직구다. 부첵은 직구 구속이 140km 초중반대에 그친다. 2일 LG전에서도 142∼146km 사이였다. 그러나 공 끝이 묵직해 배트에 잘 맞은 듯 싶지만 타구가 멀리 뻗어 나가지 않는다.
여기에 부첵은 직구와 매우 흡사한 컷 패스트볼을 구사한다. 컷 패스트볼은 직구의 변형 구종으로 직구처럼 날아오다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우타자 바깥쪽으로 살짝 휘어져 나가는 것을 말한다. 슬라이더와 같은 궤적이지만 꺾이는 정도가 매우 짧아 변화구라고 하는 대신 직구의 일종으로 분류한다.
부첵의 커터는 보통 130km중반에서 140km초반까지 나온다. 부첵은 2일 LG전에서 135∼143km의 커터를 뿌렸다. 휘어지는 각도를 많이 줄 때는 130km 중후반대를, 더욱더 짧게 할 때는 140km 초반대 커터를 던져 타자들로 하여금 눈을 현혹했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은 매력적인 커브다. 부첵은 2일 LG전에서 커브를 결정구로 구사했다. 경기 후 부첵은 "LG 타자들이 직구를 노리는 것 같아 직구를 유인구로 던지고 위기 때마다 커브를 결정구로 구사한 것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부첵의 커브는 122∼133km까지 나왔다. 보통 투수들의 커브가 110km대 중반에서 120km초중반인 것에 비해 부첵은 10km정도 빠르다. 구속은 빠른 반면 낙차가 훨씬 커 타자들의 배트가 헛돌 수 밖에 없다. 여기에 같은 커브를 가지고도 완급조절을 한다. 7회 서동욱을 상대로 128km 커브로 헛스윙을 하게 만든 뒤 121km 커브를 또 다시 던져 삼진으로 처리했다.
▲ML 전체 1라운드 출신, 그리고 미국과 일본야구 경험
사실 부첵은 미국프로야구(MLB)에서도 엄청난 기대를 받았던 유망주 출신이다. 지난 2003년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로 LA 애인절스에 지명된 부첵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탬파베이 레이스 유니폼을 입고 통산 3승7패 평균자책점 6.04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일본프로야구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에서도 잠시 뛰었다.
미국와 일본에서 빅볼과 스몰볼을 모두 경험한 부첵은 어떻게 보면 미국과 일본의 중간 형태인 한국리그에 적합한 선수라고 볼 수도 있다. 특히 그는 위기 순간이 되면 매우 강해진다. 부첵은 이에 대해서 "위기 순간에는 집중력을 발휘해서 내야 땅볼을 유도하려고 한다. 수비들이 잘 처리해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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