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7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LG전에서 타석에 들어 선 한화 한상훈 선수가 갑자기 주심에게 지적을 받았습니다. 이유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공인하지 않은 배트를 들고 타석에 들어섰기 때문인데요.
KBO는 올 시즌 35개 배트 회사의 제품을 승인했습니다. 그 속에는 MAX, ZETT, SSK 등이 있는데요. 그런데 한상훈 선수가 들고 나온 배트는 'AMERICANS BAT'이란 제품으로 미국 배트지만 KBO에 공인을 받지 못한 제품이었습니다.
한상훈 선수는 "가르시아가 선물해서 엉겁결에 들고 나갔다"며 머쓱해했는데요. 재미난 사실은 한상훈의 비공인 배트 사용은 LG 포수 심광호의 지적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심광호는 "제가 전에 이 배트를 써봐서 미공인 제품인지 알고 있었죠"라고 말했는데요. 당시 주심이 배트를 바꿔 들고 나오라고 지시했고, 특별히 다른 제제를 받지 않고 한상훈 선수는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야구 방망이를 아무거나 들고 타석에 들어서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몇 가지 절차를 거쳐 KBO에 승인을 받아야만 경기 중에 선수들이 사용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정금조 KBO 운영팀장은 5일 OSEN과 전화통화에서 "LG 포수 심광호가 이의를 제기했다. 그래서 주심이 배트 검사했다. 한상훈이 사용한 배트는 메이저리그 공인은 받았지만 KBO에 미공인이라서 제지했다. 부정배트는 아니지만 비공인배트로 지정해 배트를 교체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011 프로야구 야구규칙집' 1.10 방망이에 대해서 살펴보면 (a)항은 '방망이는 겉면이 고른 둥근 나무로 만들어야 하며 굵기는 가장 굵은 부분의 지름이 2¾(7cm) 이하, 길이는 42인치(106.7cm) 이하이어야 한다. 방망이는 하나의 목재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접착 방망이 또는 시험제작 중인 방망이는 제조업자가 그 제조 의도와 방법에 대해 규칙위원회의 승인을 얻을 때까지 프로야구(공식경기는 물론 비공식경기까지 포함)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접착방망이는 프로야구에서는 일절 사용할 수 없다'고 추가로 설명했습니다. 접착방망이는 부정배트입니다.
(b)항을 살펴보면 ''커프트 배트(끝 부분을 움푹하게 도려낸 방망이) 방망이의 끝 부분을 도려낼 때는 깊이는 1인치(2.5cm) 이하, 지름은 1~2인치(2.5~5.1cm) 이내로 해야 하며, 움푹하게 파낸 단면은 둥글어야 한다. 또 이때 다른 물질을 붙여 둥글게 해서는 안되며, 방망이의 소재를 도려내는 것으로 그쳐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c)항은 '방망이의 손잡이 부분(끝에서 18인치(45.7cm)에는 단단히 잡는 데 도움이 되도록 어떠한 물질을 붙이거나 어떤 물질로 처리하는 것은 허용된다. 그러나 그 범위가 45.7cm를 넘어선 방망이는 경기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d)항은 '프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색배트는 담황색, 다갈색, 검정색에 한한다'고 나와있습니다. 그러면서 프로야구에서는 금속제 방망이, 나무의 접합방망이, 대나무의 접합방망이는 총재의 허가가 있을 때까지 사용할 수 없으며, 아마추어야구에서는 협회가 공인하면 금속제 방망이, 나무로 된 접합방망이, 대나무로 된 접합방망이를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만약 한상훈 선수가 비공인 배트로 안타를 쳤을 경우 어떻게 될까요. 야구 규칙에 보면 '심판원은 타자가 사용한 방망이가 본 규정에 어긋났다는 사실을 타격 중 또는 타격 종료 후에 발견하더라도 타자에게 아웃을 선고하거나 타자를 경기에서 제외하는 이유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정 배트를 사용하다 적발될 경우 즉시 퇴장 조치가 내려질 수 있습니다.

한상훈 사건 계기로 KBO는 지난달 30일 경기 전 모든 팀의 덕아웃을 돌며 선수들 배트를 확인했습니다. 이날 비공인 배트를 사용하다 적발된 선수들은 사용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심판원들을 통해 들었습니다. 정금조 운영팀장도 "보통 1년에 5번 정도 검사를 한다. 그런데 한상훈 선수의 사건이 있은 뒤 선수들에게 비공인배트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고 설명을 하기 위해서 전체적인 검사를 실시했다"고 말했습니다.
타자들에게 꼭 필요한 도구인 야구방망이 공인 절차는 어떻게 이뤄질까요. 정 팀장은 "10년 전 10개 미만이었다. 지금은 35개다. 외국인선수가 들어오면서 업체가 많이 늘었다"고 말한 뒤 "보통 12월부터 2월달까지 3달 동안 진행된다. KBO에 신청을 하면 샘플을 가지고 체육과학원과 생활환경시험연구원을 통해 검사를 받아 문제가 없으면 승인을 해준다. 승인비용은 50∼100만 원 사이"라고 밝혔습니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승인 절차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특정 지역에서 생산된 나무로 만들어야 하며, 공인료 역시 우리 돈으로 1000만 원 가량 든다고 합니다.
한국프로야구 선수들은 각기 다른 배트를 사용하는데요. 문득 배트가 어떤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지는지 궁금했습니다. 최근 국내선수들의 경우 MAX사의 제품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공인식 MAX 부사장은 OSEN과 전화통화에서 "북미산 단풍나무를 수입해서 강목 사이즈로 자른 뒤 고주파 기계를 통해 수분을 뺀다. 건조 과정에서 일주일 정도 걸린다. 그리고 나서 야구 배트 모양으로 강목을 만든 뒤 선수들이 주문한 모양으로 깎는다. 이후 도료로 칠을 하고, 선수 이름까지 파서 전달을 한다"면서 "배트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총 8단계로 진행되며, 30일 정도 걸린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타자들의 경우 배트를 어느 정도로 애지중지할까요. 지난 7월 31일 LG에서 넥센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박병호는 이적 후 '토요일의 사나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맹타를 휘두르고 있습니다. 박병호는 이적 후 27경기에서 3할이 넘는 타율에 8홈런 21타점을 폭발시키며 거포 본능을 발휘하고 있는데요. 박병호는 "선수들은 잘 치는 타자들에 욕심이 많다.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의 배트를 받는다. 기를 받으려는 마음도 크다"면서 "얼마 전에 두산 김현수 선수로부터 배트 선물을 받았다. 그런데 조금 무거워서 경기에서는 사용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도구를 가지고 있어도 자신에게 적합한 도구가 아니라면 필요가 없겠죠. 이대호 선수가 쓰는 홈런 배트를 이용규 선수가 쓸 수 없듯이 자신에 맞는 배트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모두가 KBO에 공인된 배트로 맹타를 날려서 타율 3할에 홈런 20개 이상씩 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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