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SK팬들, 누구를 위한 시위인가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11.09.06 08: 55

아직도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달 18일 김성근(69) 감독을 전격 하차시킨 SK 와이번스 구단이 화난 일부 팬들의 시위에 몸살을 앓고 있다. 김성근 감독의 중도하차에 화가 난 일부 팬들은 경질한 날 인천 문학구장 마운드에서 유니폼 화형식을 비롯해 오물 투척, 플래카드 항의 등으로 구단에 불만을 표출했다.
그 날 이후에도 화난 팬들은 홈경기 때마다 플래카드 등으로 구단 질타를 계속하고 있다. 이제는 구단 질타를 넘어 이만수 감독 대행에 대한 인신공격성 플래카드까지 내걸며 선수단을 압박하고 있다. 야구장에서 현수막 시위 뿐만아니라 온라인 상에서도 SK 구단과 맘에 안드는 인물 등을 향해 비난을 퍼붓고 있다.
 

급기야 감독의 전격 하차로 뒤숭숭한 선수단은 연일 계속되는 팬들의 항의 표출에 ‘이제는 그만’을 호소하고 있는 형국이다. 팀성적도 선수들의 잇단 부상과 어수선한 분위기 탓에 저조해지며 제실력 발휘를 못하고 있다. 1위로 한국시리즈 직행을 노리던 때와 달리 안팎 곱사등으로 4강을 지키는 것에 만족해야할 처지이다.
물론 아직도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화를 삭히지 못하는 팬들의 마음도 이해할만 하다. 자신들이 우상처럼 좋아하던 감독이 한 순간에 야인이 됐으니 구단에 섭섭함을 나타내는 것은 당연하다. 거기에 이만수 대행이 김성근 감독을 밀어낸 것으로 여기고 이에 대한 항의 표출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제는 팬들이 좀 더 신중하게 행동해야할 시점이다. 자신의 실망감을 드러내는 것은 누가 말릴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자신들이 좋아하는 김성근 전 감독을 진정 위해서라면 이제는 시위를 멈춰야 한다. 지금처럼 열성 팬들이 집단적으로 의견을 표출하며 구단을 압박하는 사태가 계속되면 될수록 김성근 전 감독의 현장 복귀는 힘들어질 수 있다.
가뜩이나 김성근 감독의 선수단 운영 스타일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구단들이 많은데 그를 따르는 팬들까지 구단을 압박하는 사태가 계속되고 있으니 김 감독 모시기는 부담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김 감독 모시기도 쉽지 않은 일인데 팬들까지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런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김성근 감독이 나서서 팬들을 이해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물론 김 감독이 직접 나서기는 쉽지 않겠지만 김 감독도 현재 사태를 마냥 편하게만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지난 5년간 가르쳤던 제자들이 흔들리는 모습도 그렇고, 향후 프로야구계 복귀를 위해서도 그렇고 일련의 팬들 행동이 지금은 부담스러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김 감독 경질 직후 휴가를 내고 팀을 떠났다가 복귀한 그의 아들 김정준 코치는 지난 5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누구의 팀이 아닌 우리의 팀을 위해 함께 고생한 진정한 동료들과 착하기만 한 선수들은 지금 상황이 어렵고 힘들지만 잘 버티고 있다"며 SK팬들에게 응원을 부탁했다. 김 코치의 바람대로 SK 선수단이 현재의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포스트시즌에 나가서 실력을 발휘하는 것이 김성근 감독에게도 작으나마 위안이 될 것이다.
이제는 그동안 열렬하게 응원을 보냈던 SK 선수단을 위해서, 또 열렬한 지지를 보냈던 김성근 감독을 위해서도 팬들의 자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SK 구단 고위층이 밝혔듯이 시즌 종료 후 김 감독에 대한 예우와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어떤 조치가 나올지 지켜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선수단의 선전을 응원해야할 때이다.
 
대다수 SK 팬들은 김 감독의 갑작스런 하차가 놀라고 섭섭한 일이었지만 그래도 선수단의 선전을 응원하며 구단이 슬기롭게 이 사태를 해결하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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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K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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