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가 아프다길래 일부러 안썼다. 중요한 건 경기에 나가려는 의지다".
넥센 히어로즈의 외국인 타자 코리 알드리지(32)에 대한 김시진(53) 감독의 애정어린 질책이 알드리지의 타격 본능을 일깨웠다.
알드리지는 6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전에서 팀이 2-3으로 뒤져있던 3회말 1사 3루에서 상대 선발 브라이언 고든의 146km 빠른 직구를 받아쳐 중견수 뒤를 훌쩍 넘기는 역전 2점 홈런(비거리 125m)을 터뜨렸다.

이날 홈런으로 알드리지는 3일과 4일 대전 한화전에서의 홈런에 이어 3경기 연속 홈런 행진을 이어갔다. 경기는 12회 연장 접전 끝에 4-4 무승부로 끝났다.
1일 엔트리 확대 때 김시진 감독이 "마지막 기회일 것"이라고 말했던 알드리지. 그가 8월 타율 1할1푼1리의 부진을 딛고 맹타를 휘두르게 된 데는 김 감독의 한 마디가 있었다.
김시진 감독은 6일 목동 SK 와이번스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알드리지에 대해 "1군 첫날 일부러 안내보냈다"고 말했다.
알드리지는 어깨 부상으로 지난달 22일 1군에서 말소된 지 10일 만인 1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다시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이날 알드리지는 선발 출장하지 않았다.
김 감독에 따르면 알드리지는 경기 전 "어깨 상태를 확신할 수 없다"고 코치에게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김 감독은 강격책을 내세웠다. 김 감독은 알드리지에게 "오늘 아예 쉬라"며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대타로도 쓰지 않았다.
김 감독은 그때를 회상하면서 "알드리지가 계속 대타로는 나갈 수 있다고 했지만 일부러 안 썼다"며 "중요한 것은 몸 상태가 아니라 경기에 나가려는 의지"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어 "한 경기만 할 것도 아닌데 이기고 지는 것보다는 선수들의 생각이 바로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드리지는 그날 이후 2일 대전 한화전에서 5타수 3안타로 타격감을 올리더니 3일과 4일에 이어 6일 목동 SK전에서 세 경기 연속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맹타를 과시했다. 알드리지의 9월 성적은 5일 기준 13타수 5안타 타율 3할8푼5리에 이른다.
결국 '몸 상태는 핑계일 뿐, 중요한 것은 의지'라는 김 감독의 충고가 알드리지의 방망이를 각성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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