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유격수들 가운데는 '군계일학'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뛰어난 기량을 뽐내는 선수가 늘어내 '군웅할거'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덕분에 시즌 막판으로 치닫고 있는 6일 현재 유격수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를 점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즌 초반 KIA 타이거즈 김선빈(22)이 치고 나갔다가 중반으로 접어들며 넥센 히어로즈 강정호(24)와 삼성 라이온즈 김상수(21)가 성적을 끌어올려 어깨를 나란히 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한화 이글스 이대수(30)가 후반기 4할을 훌쩍 넘는 맹타를 휘두르며 후보군에 명함을 내밀고 있다.
이 가운데 프로 3년차 김상수의 활약은 눈부시다. 김상수는 6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한화와의 경기에 톱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장, 5타수 2안타로 쾌조의 타격감을 이어갔다. 시즌 초반 1할대에 허덕이던 타율은 어느새 2할9푼7리 까지 올랐고 이날 프로 데뷔 첫 100안타 고지를 밟는 기쁨을 누렸다.

현재 네 명의 유격수의 타율은 모두 3할 언저리로 비슷한 수준. 분명 수비부담이 많은 유격수 자리기에 평년 같았으면 네 선수 모두 골든글러브 수상이 유력시되는 성적이다. 하지만 동시에 비슷한 성적으로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으니 섣불리 수상자를 점치기엔 쉽지 않다. 다만 김상수는 현재 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는 팀 성적을 감안할 때 좀 더 유리한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과연 그렇다면 현역 시절 모두 5차례 황금 장갑을 품에 안으며 역대 유격수 최다 골든글러브 수상자에 이름을 올린 한국야구위원회 김재박(57) 경기운영위원은 누구를 골든글러브 수상자로 점쳤을까. 그는 삼성 주전 유격수 김상수의 손을 들어줬다.

김 위원은 "김상수가 팀 순위도 좋고 공헌도도 괜찮으니 유리하지 않나 싶다"고 예상했다. 이어 그는 "김상수가 원래 공수주 모두 전체적으로 괜찮은 선수였는데 올해 들어선 공격이 확 좋아졌다"며 "수비도 그 또래에서는 가장 잘 하고 주루는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편"이라며 칭찬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김상수의 압도적인 실책 개수. 김상수는 6일 현재 20개의 실책을 기록하며 이대수(10개), 강정호(9개), 김선빈(8개)에 비해 두 배나 많은 횟수를 기록하고 있다. 실책과 수비 능력이 정확히 반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넓은 수비 범위로 인해 실책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 하지만 김상수는 대부분의 실책이 송구 과정에서 나온다. MBC SPORTS+ 허구연(60) 해설위원은 "원래 송구에 약점이 있던 선수였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김상수가 시즌 막판 체력 안배를 잘 해 현재의 성적을 유지하고 수비에서 집중력을 갖는 것이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김상수가 박진만(전 삼성)에 이어 4년 만에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팀에 선사하는 것도 꿈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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