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패배에 고개를 떨군 LG 트윈스가 1패보다 더 뼈아픈 상황을 맞았다. 주전 내야수들의 잇단 부상에 이러다 막판에 힘 한번 제대로 못쓰고 가을야구의 꿈을 접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위기감마저 생기고 있다.
LG는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전에 8번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장한 박경수의 부상에 경기의 흐름을 내주며 1-3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박경수는 2회말 첫 타석에서 두산 선발 더스틴 니퍼트의 몸쪽 직구가 오른 손등을 맞고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몸쪽 공에 스윙을 하려는 모습도 있었지만 공이 워낙 빠르게 왔고, 약간의 역회전 궤적을 그리면서 피하지 못했다. 1루까지 걸어나간 박경수는 3회초 수비 때 윤진호와 교체됐다.

다행히 병원으로 이동해 검사를 받은 결과 뼈에는 이상이 없고 단순 타박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중요한 순간 몸에 맞는 볼 하나에 박경수도, LG도 경기 후 웃을 수 없었다. 박경수를 대신해 들어간 윤진호가 평범한 플라이볼을 글러브에 넣었다 떨어뜨리며 역전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 실책은 실점으로 이어지면서 LG는 패하고 말았다.
경기 후 박종훈(52) LG 감독도 박경수의 빈자리와 부상에 아쉬워하며 "부상 선수가 더 나오지 않길 바란다"며 씁쓸해했다.

이유가 있었다. 박경수 뿐 아니라 주전 유격수 오지환과 3루수 정성훈도 부상 때문에 선발 출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지환은 지난 3일 잠실 롯데전 수비 도중 오른 엄지를 다쳤다. 큰 부상은 아니지만 손톱과 피부 사이에서 피가 흐르는 상처라서 회복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워낙 연한 부위라서 쉽게 살이 붙지 않는다.
3루수 정성훈의 부상은 더 뼈아프다. 정성훈은 올 시즌 107경기에서 3할8리의 타율에 110안타 8홈런 45타점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9월 타율이 무려 4할3푼8리를 마크할 정도로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 4일 잠실 롯데전에서 7회말 타석에서 자신이 친 타구에 왼 발등이 맞는 부상을 당했다.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지만 강한 타구에 타박상을 당했다. 그는 아픈 발을 쩔뚝거리며 6일 경기 전부터 혼자 실내 연습장에서 타격 연습을 할 정도로 열성을 보였지만 벤치를 지키다 대타로 나와 삼진으로 물러났다.
외야수 '작뱅' 이병규도 지난 2일 잠실 롯데전에 좌익수로 선발 출장했으나 3회 수비 도중 오른쪽 종아리 부위에 근육통이 생겨 3,4일에는 대타로 출장했다. 다행히 6일 두산전에는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4타석 1타수 무안타 볼넷과 몸에 맞는볼을 3개나 얻어냈다.
LG는 7일 현재 24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53승1무57패로 5위를 달리고 있다. 4위 SK(56승1무51패)와는 여전히 4경기 반 차로 멀리 떨어져있지만 SK의 부진이 거듭되면서 일말의 가능성을 남겨놓고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LG 내 선수들의 부상이 이어질 경우 자칫 베스트로 힘을 써보지도 못하고 허망하게 포기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지난 6월 초까지 줄곧 2위를 지키다 이후 연패를 당하게 된 것도 어떻게 보면 부상선수들이 연쇄적으로 발생한 것이 컸다.
박종훈 감독의 말처럼 더 이상 부상 선수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LG에게는 최선일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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