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외국인투수 페르난도 니에베(29)가 한국프로야구 진출 후 가장 위력적인 공을 뿌리며 미운오리에서 백조로 화려한 변신이 기대된다. 부진과 부상으로 한 달여 만에 1군에 복귀한 투수의 공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페르난도는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LG 트윈스전에서 팀이 3-1로 앞선 8회말 1사 1,2루 위기 상황에 등판해 1⅔이닝 동안 삼진 2개를 곁들여 퍼펙트를 기록하며 첫 세이브를 달성했다.
경기 후 OSEN과 만난 페르난도. "오늘밤 마운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는 질문에 "내가 첫 세이브를 거뒀다"며 웃었다. 좋은 결과가 그를 웃게했다.

사실 페르난도의 8회 등판은 예상 밖이었다. 페르난도는 지난 8월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한 달 여간 등판하지 못하다 6일 1군 엔트리에 복귀했다. 경기 전 김광수 감독대행은 "페르난도를 불펜에서 어떻게 활용할 지는 아직 고심 중이다. 상황에 따라 다르게 활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페르난도는 동점 위기 상황에서 등판해 총 21개의 공을 뿌리는 동안 최고구속 153km 직구를 앞세워 LG 타선을 깔끔하게 처리했다. 페르난도는 8회 1사 1,2루에서 첫 타자 박용택을 상대로 직구만 4개를 던져 2루수 플라이로 잡아낸 데 이어 조인성에게는 152km 직구로 중견수 플라이를 유도했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페르난도는 첫 타자 오지환과 이대형에게 직구로만 연속 삼진을 잡아냈다. 이대형을 상대로는 최고구속 153km 직구를 뿌리는 위력을 선보였다. 구속도 구속이지만 공 끝에 힘이 넘쳤다. 후속타자 이택근에는 139km 슬라이더 하나를 섞어 던져 2루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팀 승리를 지켜냈다.
이날 그의 투구는 지난 2009년 미국프로야구(MLB) 뉴욕 메츠 시절 보여줬던 투구 모습을 재연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2006년 휴스턴에서 빅리그 데뷔한 이래 4시즌 통산 8승 11패 평균자책점 4.61를 기록한 페르난도는 2009시즌 뉴욕 메츠 소속으로 8경기(선발 7경기) 3승 3패 평균자책점 2.95로 호투했다. 갑작스러운 다리 부상으로 인해 전열 이탈하기는 했으나 알짜배기 성적을 올렸다.
페르난도는 2009년 메츠에서 직구 구속이 90마일 중반대까지 나왔다. 6일 밤 잠실구장에서는 153km를 스피드건에 찍었다. 더불어 슬라이더 역시 139km까지 나왔다. 슬라이더 구속 역시 2009년 메츠 때 보여줬던 그 스피드였다.
투구 스타일도 한국무대 진출 후 초기와는 사뭇 달랐다. 사실 페르난도는 직구와 슬라이더를 주로 구사하는 투피치 투수다. 2009년에는 잠시 선발로도 뛰었으나 대부분 불펜에서 뛰었기에 많은 구종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에서 선발로 뛰면서 체인지업을 구사했다. 부진의 한 원인이 됐다. 자신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 한 것이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다고 볼 수 있다.
페르난도도 "사실 오랜만에 1군 경기에 등판해 조금은 걱정이 됐다. 특히 컨트롤이 맘먹은 대로 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돼서 직구를 낮게 던지려고 노력했다. 다행히 원하는 곳에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볼을 뿌려 다행이다"며 미소를 지었다.
무엇보다 그는 부상에서 복귀한 만큼 스피드보다 투구 후 몸 상태가 더 중요했다. 그러나 페르난도는 "팔꿈치 통증이 없다. 그 동안 팀에 도움이 못돼서 미안했다. 승리에 보탬이 되어서 기쁘다"고 말해 올 시즌 남은 경기에서 기대감을 갖게 했다.
김광수 감독대행도 페르난도의 호투에 반색했다. 김 감독대행은 "페르난도도 마무리로 잘 던졌다"고 칭찬한 뒤 "마무리보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서 기용하겠다"고 말해 필승조로 투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라미레스를 대신해 유니폼을 입은 페르난도의 맹활약을 기대했던 두산. 뒤늦은 그의 활약이 조금은 아쉬울 법도 하지만 페르난도의 재능을 재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반가운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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