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소속팀' 두산 향한 달의 그림자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9.07 07: 13

시즌 중 중도퇴단한 감독이 세 달이 안 되어 새 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리고 감독은 아직 전 소속팀에 대한 잔영을 쉽게 지우지 못했다. NC 다이노스의 새 수장이 된 김경문 감독의 이야기에는 아직 전 소속팀 두산 베어스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었다.
 
6일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NC인'이 되었음을 선포한 김 감독. 그러나 그 순간에도, 트라이아웃을 지켜본 뒤 저녁이 찾아왔음에도 김 감독은 두산에 대한 기억을 잊지 않았다.

 
기자회견서 김 감독은 "두산 팬들의 고마움을 항상 가슴에 안고 있다. 내 두 번째 팀인 NC를 이끌면서 창원에서 NC가 명문팀으로 가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중도사퇴가 결정된 6월 13일 이후에도 "팬들께 가장 죄송할 따름"이라는 말을 거듭했다.
 
"사실 사퇴를 결심할 때 사표를 쓰지 않고 구두로 했다. 나도 이를 결정할 때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스포츠맨은 말이 아니라 결과와 행동으로 해야 하지 않는가. 아직도 죄송한 마음이다. 내가 두산을 떠나고 나서 팬들이 내게 준 감동은 평생 못 잊을 것이다".
 
트라이아웃 현장서 김 감독은 자신이 지도했던 선수 중 한 명인 우완 황덕균을 발견한 뒤 유심히 지켜보았다. 일정이 모두 끝난 후 황덕균 또한 김 감독에게 인사를 왔다. 황덕균은 두산 시절 동기생 고영민과 가장 절친했던 선수.
 
저녁 시간 황덕균에 대한 이야기가 진전되다 고영민까지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러자 김 감독은 아쉬움이 짙게 섞인 큰 숨을 몰아쉬었다. 그도 그럴 것이 2009년부터 김 감독은 "고영민을 테이블세터형 3번 타자로 내세우고 싶다"라고 밝혔으나 고영민은 이후 매해 2할대 초반의 타율과 잇단 부상으로 자리를 오재원에게 내주고 말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서부터 영민이의 하락세가 뚜렷하게 이어졌다. 국가대표 2루수가 그렇게 하락세를 걸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시즌 후 결혼한다고 하던데 아마 그 순간을 기점으로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에도 고영민은 나아지려는 순간 찾아온 옆구리 근육통으로 인해 부진의 늪에 빠졌고 결국 지금은 재활군으로 편성되어 있다. 1억6000만원까지 상승했던 연봉은 9500만원까지 깎여나갔다.
 
"타율은 2할8푼을 못 넘어도 출루하면 절반 가량 홈으로 들어오는 녀석"이라며 고영민의 베이스러닝 센스를 칭찬하던 김 감독의 미련은 아직도 여전했다. "두산이 살아나려면 영민이가 잘해줘야 한다"라며 기대감을 비추던 김 감독의 수많은 이야기가 다시 떠올랐다.
 
"훈련 때 열심히 하지 않았더라면 애초에 기대를 접었겠지. 그러나 영민이는 정말 훈련을 열심히 하던 선수였다. 그래서 그 점이 더욱 안타까웠다. 뒤늦은 결혼식이 영민이에게 터닝 포인트가 되었으면 한다".
 
사실 김 감독은 두산 재임 시절 아쉬운 선수들을 매섭게 몰아치면서도 "나도 사람인지라 선수를 모질게 다루고도 한편으로는 인간적으로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라며 감독으로서 고충을 토로했다. 고영민 또한 그렇게 긴장감을 불어넣고자 무던히도 독설을 내뿜던 선수였다.
 
김 감독의 시간 차 NC 전입에 대해 기존 두산 팬들이 쉽게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 그러나 이태일 대표는 "김 감독께서 우리의 요청에도 시즌 중 소속팀을 바꾼다는 데 대해 굉장히 난색을 표하셨다"라고 밝혔다. 삼고초려 끝 김 감독은 NC와 감독 계약을 합의했고 이것이 물밑에서 일찍 알려지며 공식 발표도 시즌 중으로 앞당겨졌다. 젊은 선수를 키워 최약체 평가를 받던 두산을 우승후보로까지 성장시킨 김 감독의 성과. 그 때문에 NC 측은 태평양을 사이에 둔 삼고초려의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았다. 
 
고영민 뿐만 아니라 두산이 배출한 젊은 주전 선수들은 '김경문호' 두산의 세대교체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아직 새 둥지를 경험한 공식적인 첫 날이었기 때문이기도 했으나 새 소속팀에 와서도 김 감독의 시선은 전 소속팀에 남아있는 자신의 기억 흔적을 쉽게 떨쳐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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