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후 은퇴' 김원형, "시련 있었지만 행복한 선수생활"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1.09.07 10: 57

"순간순간 시련은 있었지만…."
마운드에 오른 지 오래된 '어린왕자'였다. 하지만 통산 134승을 거둔 여유를 그라운드 밖에서도 여전히 발산하고 있었다.
SK 김원형(39)이 은퇴를 선언했다. 김원형은 이미 올 시즌 전 캠프 때 은퇴 의사를 드러냈었다. 단 한 경기만이라도 마운드에 서서 공을 뿌려보길 원했다.

하지만 김원형의 오른 팔꿈치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대신 김원형은 지난 7월부터 1군 선수들과 함께 다니며 후배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해주는 임무를 맡았다.
6일 목동 SK전에 앞서 만난 김원형은 "순간순간 시련은 있었지만 행복하게 선수생활을 한 것 같다"며 "주위에서 항상 관심을 가져주셔서 이렇게 편하게 운동할 수 있었다"고 오히려 주변 사람들의 애정에 감사의 뜻을 드러냈다.
이어 "시즌 마지막까지 함께 팀 동료들과 했으면 좋겠다"고 은퇴를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쌍방울과 SK를 거쳐 통산 21시즌 동안 545경기에 등판, 134승 144패 26세이브 12홀드를 기록한 김원형이다. 134승은 역대 통산 5위에 해당하는 대기록. 역대 최연소 노히트노런(1993년 4월 30일 전주 OB전, 20세 9개월 25일) 달성자이기도 하다. 한국 역대 12명의 노히트노런 달성자 중 유일한 현역이기도 하다. 이제 선수 '어린왕자'의 시대도 점차 저물어 가고 있다. 다음은 김원형과의 일문일답.
-결국 은퇴를 선언했다.
▲나 같은 경우는 막상 닥쳐서 결정을 한 경우가 아니다.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한 상태라 답답한 것보다는 시원섭섭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언제 결정했나
▲올 초 2군 경기에 한 차례 나간 후다. 작년부터 올해 캠프까지 재활이 계속 이어지면서 결정했다. 사실 그 전부터 올해를 선수생활의 마지막 해라 여기고 준비해왔는데 통증을 참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또 그걸 참으며 던지는데 스스로 한계를 느꼈다.
-가족들 반응은
▲부모님은 잘했다고 하셨다. 와이프는 2009년 팔꿈치 수술 후부터 내가 재활하는 모습을 말없이 지켜봐 왔다. 다른 사람에게는 드러내지 않는 부분을 집사람에게는 표현한 적이 있었는데 그걸 알고 나서는 오히려 격려해줬다. 첫 째 초등학교 5학년 명현이는 알고 있지만 일부러 말을 안하는 것 같다. 3학년인 둘째 지오도 대충 아는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아무래도 프로생활을 하면서 첫 완봉승(1-0)을 거둔 경기가 아닐까 싶다. 1991년 신인이었는데 상대 투수가 선동렬 전 감독이라 더 기억에 남는다. 하나 더 꼽으라면 2007년 SK 창단 첫 우승을 했을 때다.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면
▲(박)경완이는 항상 같이 가는 존재다. 김인식 감독은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내게 프로생활 첫 발을 내딛게 해주신 고마운 분이다. 김성근 감독 역시 야구를 많이 알 수 있게 만들어 주셨다. 특히 김성근 감독은 작은 것에서도 많은 가르침을 주셔서 배울 것이 많은 분이셨다.
 
-은퇴 후 진로는
▲아직 구체적인 것은 없다. 시즌 후에 연수를 간다는 것 말고는 정해진 것이 없다. 대신 지도자의 첫 발은 이 팀에서 딛고 싶다. 오래 해왔던 팀이라 애착이 너무 강하다.
-만약 쌍방울 소속이 아닌 팀에 있었다면
▲이런 질문을 전에도 받은 적이 있었다. 아마 그랬다면 내가 과연 운동을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한다. 다른 팀이었다면 몇 승을 더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팀이 아니었다면 과연 지금까지 선수생활이 가능했을까. 고교 졸업하자마자 뛸 수 있었을까. 모르겠다.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나
▲선수들의 마음가짐을 중시 여기는 심리적인 부분에 신경을 쓰고 싶다. 기술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경기 때는 기술보다는 어떤 마음을 가지고 올라가느냐가 중요하다. 결과를 가지고 이야기할 때도 있다. 결과는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때로는 결과 외적인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도 있다고 본다. 선수는 당장 끝난 경기보다 다음 경기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팬들에게
▲순간순간 시련은 있었지만 행복하게 선수생활을 했던 것 같다. 큰 굴곡 없이 편하게 운동했고 계속 과분하게 좋은 대우를 받았다. 이게 다 여러 감독, 코치, 선수, 구단, 팬 등 주위에서 항상 제게 관심을 가져주셨기 때문이다. 소리 없이 은퇴하는 사람들도 많은 데 이렇게 신경 써주셔서 감사하다. 이 부분 잊지 않고 나중에 좋은 지도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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