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구속 153km의 강속구와 두둑한 배짱, 그리고 완벽한 결과까지…. 두산 베어스 외국인투수 페르난도 니에베(29)가 끝판대장으로 임명 받았다.
페르난도는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LG 트윈스전에서 팀이 5-2로 앞선 9회 등판해 1이닝 동안 세 타자를 가볍게 범타로 처리하며 2경기 연속 세이브를 기록했다. 6일 LG전에서는 1⅔이닝을 퍼펙트로 막아 8타자를 깔끔하게 잡아냈다.
무엇보다 단순히 아웃을 시키고 세이브를 거뒀다는 것보다 투구 내용이 매우 좋았다. 조금은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확실한 위치를 찾은 듯 하다.

▲김 감독대행, "페르난도, 너 마무리야!!"
김광수 감독대행은 이미 페르난도의 호투에 마음을 뺏기고 말았다.
김 감독대행은 경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페르난도가 시원시원하게 공을 던졌다. 그러나 불펜에서 상황을 지켜보며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6일과 같은 말이었다.
그러나 경기 후 김 감독대행의 마음과 말이 바뀌었다. 그는 "페르난도가 잘 던졌다"고 칭찬한 뒤 "마무리 투수로 기용하겠다"고 못을 박았다. 비록 2경기였지만 김 감독대행은 페르난도의 호투를 높이 평가했다.
▲2세이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구위가 좋다
이유가 있었다. 일단 페르난도는 2경기 연속 지구 최고구속이 153km까지 나왔다. 어떤 타자가 나오든 자신있게 자신의 공을 뿌렸다는 점이다.
마무리투수라면 항상 위기 상황에 등판한다. 승리를 지켜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자칫 자신의 구위를 100% 소화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페르난도는 선발로 등판했던 지난 몇 달 동안 마운드에서 불안하고 쫓기는 듯한 모습은 사라지고 자신감이 넘쳤다. 물론 팔꿈치 부상 복귀 후 몸 상태가 좋아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처음 페르난도를 영입했을 때 기대감을 지금이나마 갖게 한 순간이었다.
▲페르난도는 원래 불펜이 전공
사실 페르난도는 전공이 선발 투수가 아닌 불펜 투수다. 2006년 휴스턴에서 빅리그 데뷔한 이래 4시즌 통산 8승 11패 평균자책점 4.61를 기록한 페르난도는 2009시즌 뉴욕 메츠 소속으로 8경기(선발 7경기) 3승 3패 평균자책점 2.95로 호투했다. 특히 페르난도는 2009년 메츠에서 직구 구속이 90마일 중반대까지 나왔고, 주무기인 슬라이더도 139km까지 찍었다.
그러나 2010년에는 불펜에서도 좋은 투구 내용을 보였다. 그가 불펜에서 더 위력적인 이유도 직구과 슬라이더 2가지 구종만으로도 충분히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 진출 후 선발로 뛰면서 체인지업을 구사했다. 선발투수로서 2가지 구종으로 살아남기 힘들다는 생각이 컸다. 그러나 이것이 부진의 원인이 됐다. 바꿔 생각하면 자신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 한 것이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다고 볼 수 있다.
페르난도도 "무엇보다 팀 승리에 보탬이 되어서 기쁘다"는 말과 함께 "컨트롤이 맘먹은 대로 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돼서 직구를 낮게 던지려고 노력했다. 다행히 원하는 곳에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볼을 뿌려 다행이다"며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위치를 찾고 위력적인 공을 뿌리기 시작한 페르난도. 올 시즌 남은 경기에서 끝판대장으로서 어떤 모습을 보일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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