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저기만 올라가면…."
SK 언더핸더 마무리 정대현(33)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정대현은 7일 목동 넥센전에서 9회말 정우람에 이어 등판, 3명의 타자를 간단하게 범타로 돌려세우며 팀의 1-0 신승을 확정지었다. 시즌 15번째 세이브를 수확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등판 결과는 정대현에게 있어 더 중요한 것을 얻는 것이었다. 지난달 20일 사직 롯데전 이후 거의 3주만에 올린 세이브보다 더 중요한 밸런스를 되찾았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정대현은 불안했다. 이날 경기를 포함 46경기에 나온 정대현은 2승3패에 15세이브와 8홀드를 기록했지만 그 속에는 5개의 블론세이브도 포함돼 있다. 평균자책점이 1.72로 좋지만 주자를 두고 내려오는 등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한 경우가 자주 보였다.
이날 경기 전에도 김원형과 캐치볼을 주고 받던 정대현은 볼이 좋다는 말에도 기뻐하지 않았다. 오히려 슬쩍 마운드를 가르키며 "이상하게 저기만 올라가면 안된다"고 고개를 절래 흔들기까지 했다. 당장의 경기도 문제지만 개인적으로 첫 FA를 남겨두고 있는 만큼 남은 시즌의 중요성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정대현은 이날 경기 후 자칫 2루타 이상이 될 뻔 했지만 박정권의 반사적인 수비로 막아낼 수 있었던 강정호의 마지막 직선타구에 대해 "홈런은 아니지 않나"며 농담과 함께 자신감을 살짝 내비쳤다.
이어 정대현은 "(방망이에) 맞고 안맞고를 떠나 내 볼을 던지지 못했다. 올해 굉장히 좋지 않았는데 남은 시즌 동안은 내 볼을 던지고 싶다"면서 "오늘 딱 밸런스가 왔다"고 밝혔다.
또 평소 다양한 폼 변화를 통해 자신만의 밸런스를 찾아가는 정대현은 "여러 가지를 해봤다. 그 중에서도 뒤쪽 하체를 받쳐주는 포인트에 신경을 썼더니 괜찮아졌다"면서 "그동안은 다소 급했던 것이 있었는데 천천히 가볍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밸런스를 찾을 수 있었던 방법을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6월 9일 목동 넥센전을 떠올린 정대현은 이날 데뷔 첫 승을 올린 윤희상에 대해 "희상이의 데뷔 첫 승을 내가 날려 버린 적이 있었다"면서 "오늘은 희상이가 잘던지면 무슨 일이 있어도 막는다고 생각했다"고 굳은 각오를 내보였다. 실제로 정대현은 당시 직접 윤희상의 방을 찾아가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2연패를 끊어낸 4위 SK가 2위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마무리 정대현의 밸런스 장착은 분명한 무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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