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타자 최진행에게 엄한 한대화 감독 왜?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9.08 11: 00

어느 팀이든 4번타자는 타선의 중심이다. 팀의 간판타자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4번타자는 언제나 고정이고 예우를 받는다.
지난 7일 대구 한화-삼성전. 0-2로 뒤진 한화가 4회초 선두타자 장성호의 좌전 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다음 타석은 4번타자 최진행(25). 그러나 타석에는 대타로 대졸 신인 나성용이 들어섰다. 몸이 아픈 것도 아닌데 왜 빠졌을까. 이유는 명백했다. 첫 타석에서부터 삼진을 당하며 무기력하게 물러난 것이 이유였다. 이날 경기뿐만이 아니다. 올해 최진행은 유독 부진을 이유로 경기 중 빠진 경우가 많았다. 대체 한 감독은 왜 최진행에게 유독 엄하게 대할까.
한대화 감독은 최진행에 대해 "아직 4번타자답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낮은 변화구에 방망이가 헛돌고,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자신없는 스윙을 하는 것이 불만스럽다. 한 감독은 "아직 자기 것을 만들지 못했다. 타격이 너무 왔다 갔다 한다. 결국 타이밍과 밸런스인데 이것이 아직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최진행의 타격 자체가 아직 완전하지 못하다는 의미. 그래서인지 최진행의 타격 훈련 때마다 매의 눈으로 바라보고 지적한다. 그가 타격할 때 종종 배팅 케이지 근처에서 동상처럼 서있는 한 감독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사실 한 감독은 누구보다 최진행에 대한 애정이 깊다. 지난해 김태균과 이범호가 모두 일본으로 떠난 상황에서 일찌감치 2군 선수였던 최진행을 차세대 4번타자로 점찍었다. 시즌 초반 최진행이 부진을 면치 못할 때도 아랑곳하지 않고 밀어붙였다. 고비를 넘긴 최진행은 풀타임 주전 첫 해부터 타율 2할6푼1리 32홈런 92타점으로 맹활약했다. 특히 32홈런은 그의 우상 김태균이 기록한 한 시즌 최다 홈런 31개를 넘어선 것이었다. 타고난 힘과 끊임없는 노력은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최진행만의 트레이드마크였다.
그랬던 그가 올해 실질적인 2년차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107경기에서 타율 2할6푼5리 14홈런 64타점. 여전히 팀 내 최다 홈런과 타점을 올리고 있고, 득점권 타율(0.363)은 리그 전체 4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그러나 그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기에 뭔가 모를 아쉬움이 크다. 한대화 감독도 같은 심정이다. 한 감독은 "허리 통증으로 스프링캠프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영향이 커 보인다. 타격 슬럼프에 빠졌으면 계속 러닝하는 것도 한 방법인데 허리가 아파 그러지도 못한다"며 안타까워했다.
한 감독은 경기 중 그를 빼거나 타순을 내리는 것으로 충격요법을 자주 쓰고 있다. 한 감독은 "어떻게 매일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4번타자의 기를 너무 죽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한다. 하지만 최진행은 "모두 내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해도 올해 움츠러든 모습이 많았다. 자신있게 해야하는데 뜻대로 되지 않는다"며 "결국에는 내가 이겨내야 할 부분이다. 지금은 힘들어도 이렇게라도 성장할 수만 있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의연한 자세를 보였다.
혹독한 성장통에도 최진행은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그는 한화가 키워낸 토종 4번타자다. 한화의 4번타자는 자존심이다. 그가 살아야 한화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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