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잔혹하지만 '현실'입니다
OSEN 이명주 기자
발행 2011.09.08 09: 46

“우리가 싸우는 건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이 우리를 바꾸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예요.” (‘도가니’ 서유진 대사 중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 끔찍한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벌어졌다면 당신은 어떤 액션을 취하시겠는가. 침묵할 것인가, 아니면 행동할 것인가. 모든 것을 버리고 진정 싸울 용기가 있을까.
광주 인화학교에서 실제 벌어졌던 사건을 소재로 한 ‘도가니’는 관객들에게 뜨거운 울림과 함께 이 같은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주인공 강인호(공유)처럼 모든 이득을 포기하고 불편과 부당, 더 나아가 생업을 던져버린 채 피해자들을 위해 목소리 높일 수 있을지 말이다. 과연 쉬운 일은 아닐 터다.

6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는 올 가을 기대작 중 하나인 ‘도가니’ 언론배급 시사회가 열렸다. 공지영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인 만큼 기자들의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극중 강인호는 아내의 죽음 이후 자신의 아픈 딸을 돌보고 있는 어머니를 위해 무진의 한 장애학교 미술 교사로 일하게 된다. ‘학교발전기금’이라는 명목으로 전세금을 뺀 자금인 오천만 원을 교장에 강탈당한 뒤 청각장애아들을 돌보는 과정에서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다.
그가 접한 진실은 한 마디로 처참하다. 10대 소년과 소녀들이 교장과 행정실장, 선생님의 성적 노리개가 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이 갖은 술수를 쓰는 등 영화 곳곳에는 분노를 일으키게 하는 요소들이 가득 차 있다. ‘선동’까지는 아니지만 마음을 뜨겁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더욱 눈길을 끄는 점은 배우 공유의 연기 변신. 공유는 ‘도가니’를 통해 배우로서 한 단계 도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드러운 이미지의 청춘스타에서 다양한 표정과 눈빛으로 극중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
특히 법원 앞 시위 장면에서의 열연은 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에 충분했다. 살수차를 맞닥뜨린 상황에도 아랑곳 앉고 포효하는 모습으로 강인호의 아픔을 표현해냈다.
더불어 정유미와 아역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도 ‘도가니’를 더욱 빛나게 한 부분. 정유미가 맡은 무진 인권센터 간사 서유진 역은 고통을 겪는 아이들을 위해 동분서주하며 가장 적극적으로 사건 해결에 나서는 인물이다. 정유미는 열정적이고 진실 된 캐릭터를 연기하며 그 속에 완벽하게 빠져 들었다.
성폭행 피해자인 청각장애아 역의 아역배우들 역시 영화를 이룬 주된 축이다. 어린 나이에 다소 꺼려질 수 있는 장면들을 소화하고 감정 연기를 선보이는 등 세 아역들은 제 몫을 다했다.
많은 의미를 담은 작품이지만 ‘도가니’에는 약간의 아쉬움도 있다.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를 읽고 영화를 보는 관객에겐 다소 긴장감이 떨어진다거나 늘어진다는 느낌을 줄 수 있어서다. 물론 판단은 관객의 몫. 더불어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이라는 점 또한 영화 흥행에 방해 되는 요소다.
주인공 공유의 제안에 의해 탄생된 ‘도가니’는 오는 22일 개봉한다.
rosecut@osen.co.kr
<사진> 영화 ‘도가니’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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