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완 박희수가 뻗은 왼손, 승리향한 집념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09.09 10: 51

위험 천만해 보였던 좌완 투수가 뻗은 왼손. 하지만 그 손에는 팀 승리를 위한 투지와 헌신, 그리고 자신의 힘으로 마운드를 지키겠다는 책임감이 엿보였다.
SK 와이번스의 '신형 필수 좌완' 박희수(28)가 막강 롯데 타선을 어깨와 팔, 그리고 손으로 막아내며 무승부의 다리를 놓았다.
지난 2002년 SK 2차 6라운드에서 지명을 받은 박희수는 프로 대신 동국대를 택했다. 그리고 4년 뒤인 2006년, 다시 SK에 입단했지만 지난해까지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진 못했다. 그렇지만 박희수는 올 시즌 기량을 만개시키며 SK의 또 한명의 필수 좌완으로 자리잡았다. 올 시즌 박희수의 성적은 27경기 49이닝을 던져 2승1패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20. 전반기 SK 허리를 정우람이 책임졌다면 후반기는 바로 박희수의 몫이다.

SK 이만수(53) 감독대행은 경기 전 근심이 가득한 목소리로 "지금 중간투수들 가운데 많은 선수가 나오지도 못할 만큼 몸 컨디션이 좋지 않다"며 "경기 막판 누구를 넣어야 할 지 고민"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 감독대행의 '믿을 구석'은 바로 박희수였다.
박희수는 8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 이영욱의 뒤를 이어 8회부터 등판, 2이닝을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9월 SK가 가진 6경기 가운데 4경기나 나설 정도로 신임을 받고 있는 박희수는 이날 역시 SK의 허리를 든든하게 떠받쳤다.
다행히 선발 이영욱이 올 시즌 한 경기 최다이닝 타이인 7이닝을 소화하는데 성공했다. 중간 계투진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던 SK에겐 반가운 활약. 곧이어 SK는 8회부터 박희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박희수는 8회를 뜬공 하나와 삼진 두 개를 잡아내며 삼자 범퇴로 깔끔하게 마쳤다. 이어 9회에는 1사 후 이대호에 우전 안타를 허용했지만 홍성흔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 한 숨 돌렸다.
박희수의 투혼이 빛났던 순간은 9회 2사 1루 강민호의 타석에서 나왔다. 강민호는 볼카운트 1-1에서 박희수의 공을 강하게 받아쳤고, 타구는 쏜살같이 박희수의 정면으로 향했다. 공이 그대로 빠지면 2사 1,3루가 되며 순식간에 실점 위기에 몰릴 순간이었다.
부상 방지를 위해서는 피해야 하는 상황. 이 순간 박희수의 본능이 앞섰다. 그는 안 그래도 취약해진 SK 계투진의 약점을 알고 있는 듯 몸을 사리지 않았다. 피하는 대신 과감하게 공을 던지는 왼손을 내밀었다. 자칫 큰 부상을 당할 수 있는 아찔한 상황. 다행히도 무사히 공을 멈춘 박희수는 재빨리 1루에 송구해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
박희수는 그렇게 9회를 마친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리고 박희수의 집념을 이어받은 정우람과 엄정욱 역시 연장 3이닝동안 단 하나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으며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승리보다는 못하지만 2위 롯데와 2.5경기 차를 유지하며 5위 LG와는 여전히 거리를 유지하는 값진 무승부였다. 박희수가 뻗은 왼손, 비록 실점을 막는 호수비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SK 선수들이 여전히 승리에 대한 갈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말해주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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