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만큼 귀한 무승부', 김사율이 세운 주춧돌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09.09 07: 01

세상에 승리보다 값진 무승부는 없다. 그렇지만 올 시즌 프로야구 순위를 결정하는 셈법에서는 무승부도 때론 승리만큼 가치가 있을 수 있다.
지난해까지 무승부는 곧 패배를 의미했다. 이에 현장의 반발이 심하자 이번엔 무승부 경기를 아예 승률 계산에서 빼기로 했다. 만일 133경기 가운데 무승부 3차례가 있다면 승률 계산에선 130경기를 치른 것으로 두고 계산을 하는 것이다.
현행 무승부 제도의 특징은 승률 5할이 넘는 팀에게는 무승부가 많을수록 좋으며, 5할 미만은 무승부가 적을수록 높은 승률이 나온다. 이런 점에서 볼때 8일 현재 무승부 4회(61승50패)로 가장 많은 무승부를 기록하고 있는 롯데가 가장 많은 득을 본다고 할 수 있다. 8일 현재 승률 5할5푼을 기록하고 있는 롯데가 기록한 4번의 무승부는 2승2패보다 더 높은 승률을 올리게 된다.

이처럼 시즌 막판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두고 전쟁을 벌이고 있는 2위 롯데에게 8일 문학 SK 와이번스전의 2-2 무승부는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나쁘지만은 않은 결과였다. 우선 3위 KIA 타이거즈가 삼성 라이온즈에 발목을 잡히며 롯데와의 게임 차는 1.5게임으로 벌어졌고, 4위 SK의 추격을 차단했다. 그리고 이러한 값진 무승부의 일등 공신이 바로 롯데의 새로운 수호신, 김사율(31)이다.
김사율은 8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SK와의 경기에 10회 무사 2루에서 구원 등판했다. 2-2로 맞선 상황이었기에 자칫 조금만 잘못해도 끝내기를 허용할 수 있는 위급한 상황.
SK 벤치는 타자 김연훈에 자연스럽게 번트를 지시했다. 1사 3루에 주자를 보내놓고 어떻게든 끝내기로 연결시키겠다는 계획. 그렇지만 김사율이 낮고 강하게 뿌린 공에 김연훈은 포수 바로 앞에 떨어지는 번트를 대고 말았고 결국 2루 주자를 3루에서 잡아내는데 성공했다. 김사율은 이후 김강민에 유격수 직선타를 유도, 1루 주자 김연훈까지 잡아냈다.
이후 김사율은 11회도 뜬공 3개로 삼자범퇴로 막은 뒤 12회 선두 타자 조동화까지 땅볼로 처리하고 마운드를 임경완에 넘겼다. 이날 김사율의 성적은 2⅓이닝 퍼펙트. 올 시즌 가장 많은 투구이닝을 기록하며 호투를 이어갔다. 이로써 김사율은 평균자책점을 3.29까지 낮추며 리그에서 손꼽히는 명실상부한 불펜으로 다시금 인정받았다. 그리고 임경완 역시 나머지 아웃카운트 두 개를 깔끔하게 잡아내며 롯데의 시즌 네 번째 무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가 끝난 뒤 김사율은 "오늘 등판에서 2⅓이닝이나 던진건 전혀 몰랐다"면서 "투구수나 투구 이닝 등 세세한 부분은 감독님이나 코치님이 전부 알아서 해 주시기에 나는 투구에만 신경쓴다"며 담담한 말투로 설명했다.
또한 김사율은 무사 2루 위기를 막아낸 상황에 대해선 "노아웃 2루에 올라가 분명히 번트를 예상했다"면서 "잘 막아낸다는 생각에 마운드에 올라갔는데 그게 적중해서 적중해서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비록 김사율은 이날 승리나 홀드, 세이브 등 그 어떤 기록도 챙기지 못했다. 그렇지만 시즌 막판 롯데에겐 가슴을 쓸어내릴 만큼 중요한 무승부를 이끌어 내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해냈다. 이제 팬들이 먼저 '율판왕', '율베라' 라고 불러주는 김사율이 롯데 가을야구까지 어떤 활약을 보여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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