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은 괴물이었다. 복귀전부터 퀄리티 스타트로 승리투수. 괴물의 성공적인 복귀로 한화도 웃었다.
한화 '괴물 에이스' 류현진(24)은 지난 8일 목동 넥센전에서 무려 72일 만에 선발등판했다. 지난 6월28일 문학 SK전에서 왼쪽 등 견갑골 통증을 일으킨 후 두 차례나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며 두 달 넘게 선발진에 이탈한 그였다. 하지만 복귀전에서 6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위력을 떨쳤다. 시즌 9승(7패)째를 거두며 역대 7번째 6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에도 한 발짝 다가섰다.
사실 조심스런 등판이었다. 지난 2일 대전 넥센전에서 불펜으로 나와 최고 149km 강속구를 뿌리며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막았지만 선발등판은 또 달랐다. 경기 초반 류현진은 조심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3회까지 직구 최고 구속은 142km에 불과했고, 체인지업·슬라이더·커브를 적절히 섞어던졌다. 하지만 4회 수비 실책으로 무사 2루가 되자 145km 직구를 던지며 필요할 때에는 힘으로 과감하게 승부했다.

류현진은 직구에도 속도 변화를 줬다. 최고 147km에서 최저 132km 직구로 완급조절의 묘를 보여줬다. 6회까지 총 투구수 72개로 효율적인 피칭을 했다. 1점차로 리드하던 7회 한화는 류현진을 내리고 박정진을 등판시켰다. 이날 경기에 들어가기 전부터 투구수를 정해놓고 있었다. 한대화 감독은 "아무래도 한 번 아팠던 선수인지라 그런 부분에서 조절이 필요했다. 70개 정도를 생각했는데 류현진이 무리없이 잘 던졌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류현진은 "거의 두 달만의 등판이라 경기 초반 몸 상태에 많이 신경을 썼다. 그 때문에 1회부터 3회까지 천천히 던졌는데 중반부터 스피드를 올린 게 좋았다"고 말했다. 스스로도 어느 정도 불안감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 와중에도 류현진은 환상적인 완급 조절로 넥센 타선을 제압했다. 이날 직구 최고 구속이 147km였으며 대부분의 직구가 140km 초반대에 형성됐지만 그 공으로도 코너워크를 이용한 제구와 속도가감으로 차이를 뒀다. 최저 105km 커브도 던졌다.
이날 류현진의 피칭에 대해 정민철 투수코치는 "냉정하게 보면 한창 때와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역시 류현진이라는 브랜드네임이 크게 작용했다. 갖은 공과 구질이라도 누가 던지느냐에 따라 타자 입장에서는 달라보일 수 있다. 그걸 위해 선수들이 명성을 쌓는 것"이라며 "1년에 30경기 정도 나오는 선발투수가 늘 베스트 컨디션일 수 없다. 하지만 현진이는 경기운영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를 노련하게 잘 보여줬다. 삼진이 꼭 필요한 상황에서는 힘으로 잡아냈다. 그런 확률이 높은 투수"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승리보다 더 기쁜 게 바로 류현진의 건강함이었다. 정 코치는 "감독님이나 저나 현진이의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점을 가장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당장의 결과도 좋았지만 통증없이 던졌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 후 류현진도 "몸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더 좋아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정 코치는 "감독님께서 현진이 건강을 누구보다 염려하고 계신다. 섣불리 욕심을 내면 선수 개인의 건강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며 "앞으로도 하루하루 현진이의 상태를 보고 감독님과 향후 등판날짜를 상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누구보다 류현진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한화 코칭스태프. 눈앞의 1승도 좋지만 류현진의 건강함이 더 기쁘게 느껴진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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