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3년만의 50승 달성 과정과 의미는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9.09 07: 01

"김태균·이범호 있을 때도 46승했는데…".
한화가 3년 만에 다시 50승 고지를 밟았다. 한화는 지난 8일 목동 넥센전에서 류현진-박정진-바티스타로 이어지는 완벽한 이어 던지기로 4-1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한화는 시즌 50승(61패2무) 고지를 점했다. 지난 2008년 64승을 거둔 후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며 50승도 못 거둔 한화가 3년 만에 50승을 달성한 것이다. 지난해 부임 후 49승을 따낸 한대화 감독도 통산 100승에 단 1승만을 남겨뒀다.
▲ 46승과 49승

2008년 후반부터 주춤한 한화는 2009년부터 추락했다. 김태균과 이범호가 타선의 양대 축으로 있었지만 마운드 붕괴와 세대교체 실패로 46승을 올리는데 그쳤다. 김태균이 뇌진탕 부상으로 39경기나 결장한 것도 컸지만 팀 자체가 무너질 대로 무너진 상황. 창단 첫 해 108경기에서 31승을 거둔 이후 가장 적은 46승으로 8개 구단 체제 첫 최하위의 멍에를 썼다. 시즌 종료 후 한대화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김태균과 이범호가 일본으로 진출하고, 기둥 역할을 하던 노장 선수들이 하나 둘씩 은퇴했다. 지난해 한화는 2년 연속 최하위했고, 전년도보다 3승 더 많은 49승을 올리는데 만족해야 했다. 한 감독은 "김태균과 이범호 있을 때도 46승밖에 못했는데"라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했다.
▲ 암울했던 시작
그러나 2011년도 상황이 좋아진 건 하나도 없었다. 타선의 중심을 이루던 김태완과 정현석이 군입대했고, 베테랑 FA 최영필과 이도형을 일찌감치 포기했다. 복귀를 기대했던 이범호마저 KIA행. 선수단은 연봉 협상으로 잡음을 일으켰다.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었다. 한대화 감독의 번민과 고통도 깊어졌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4월 한 달간 7연패 포함 6승16패1무 승률 2할7푼3리. 삼미와 쌍방울 그리고 롯데의 암흑기 시절을 연상케 했다. 그즈음 구단은 변화를 위해 몸부림했다. 현장에서는 코칭스태프 보직 이동을 통해 선수단에게 자극을 줬고, 구단에서는 사상 첫 시즌 중 사장·단장 동반퇴진을 통해 개혁의 의지를 드러냈다. 그게 5월 초중순의 일이었다.
▲ 놀라운 반전
그때부터 한화의 반전이 시작됐다. 투타에서 선수들이 중요할 때 집중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마운드에서는 에이스 류현진을 필두로 안승민-김혁민-양훈-장민제의 토종 5인 선발진이 완성됐고, 박정진이 불펜에서 필승조 역할을 완벽하게 했다. 타선에서도 확실한 카림 가르시아의 가세를 전후로 찬스를 놓치지 않는 승부근성을 보이며 상대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5월 한 달간 13승13패 5할 승률로 선전한 한화는 6월 12승10패로 월간 전체 3위의 성적을 냈다. 류현진이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7월 6승10패, 8월 8승11패1무로 고전했지만 선수들은 류현진 없이도 정확하게 4할 승률을 올리며 선방했다. 무엇보다 끈끈한 경기내용으로 팬들을 열광시켰다.
 
▲ 끈끈한 승부근성
한화는 올해 팀 평균자책점(4.97) 최하위와 팀 타율 7위(0.250)에 그치고 있다. 야구통계학자 빌 제임스가 고안한 피타고라스 승률에 따르면 한화의 올해 기대 승률은 3할6푼9리로 8위 넥센(0.414)보다도 낮은 최하위이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 승률은 4할5푼이나 된다. 그만큼 선택과 집중 전략이 잘 맞아떨어졌다는 걸 의미한다. 리그에서 가장 높은 득점권 타율(0.284)과 역대 한 시즌 가장 많은 9차례 끝내기 승리가 이를 의미한다. 한화는 올해 50승 중 절반에 가까운 24승이 역전승인데 그 중 6회 이후 뒤집은 게 무려 15경기나 된다. 9회 이후 뒤집은 승부가 5차례로 리그 최다. 5회까지 동점으로 진행된 21경기에서 14승7패로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할 정도로 선수들이 접전에서 이기는 법을 깨달았다. 자신감과 승부근성이 만든 드라마 같은 경기들이었다.
▲ 리빌딩의 초석
한화는 리빌딩 중인 팀이다. 올해 마운드에서 양훈·김혁민·안승민·장민제·유창식 등 젊은 투수들이 가능성을 보였다. 한대화 감독이 꼽는 올 시즌 가장 큰 소득. 아직 야수 쪽에서 확실한 성장세를 보인 선수가 없지만, 조금씩 이기는 법을 깨닫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구단도 투자를 한 만큼 효과를 본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시즌 중 영입한 가르시아와 데니 바티스타가 큰 활약을 하며 팀 상승세에 큰 보탬이 됐다. 지난 몇 년간 실패를 거울 삼아 구단은 현장과의 소통과 지원을 약속했다. 영입 초읽기에 들어간 김태균은 내년 시즌 한화 전력에 날개를 달아 줄 기폭제가 될 전망. 이제 남은 시즌을 잘 마무리하는 게 중요하다. 한대화 감독은 "60승과 4할대 승률이 목표"라고 말했다. 21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50승을 거둔 한화는 5월 이후에만 44승45패1무로 5할에 근접한 승률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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