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분은 내게 빼놓을 수 없는 분들…."
올 시즌 후 은퇴를 선언한 SK 투수 김원형(39)에게 있어 가장 기억에 남는 야구인은 누가 있을까.
통산 21시즌을 보내면서 134승 거둔 김원형이다. 그런 만큼 수많은 야구인들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 중 두 사람에 대해서는 좀더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바로 선동렬(48) 전 삼성 감독과 김성근(69) 전 SK 감독이다.

'어린왕자' 김원형에게 '국보' 선동렬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짜릿한 자부심이었다. 전주고 졸업 후 1991년 쌍방울에 입단한 김원형은 신인 시절이던 그 해 8월 14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해태전에서 선동렬을 맞상대했다. 결과는 생애 첫 완봉승(1-0).
김원형은 당시를 떠올리며 "노히트노런(1993년 4월 30일)도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완봉승은 신인시절 첫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게다가 상대가 선 전 감독이었다. 데뷔 전 이름만 들었던 투수였다. 처음 봤을 때 '이제 나도 저런 대투수와 나란히 서서 경기도 해본다'고 생각하며 신기해 했다"던 김원형은 "그런데 그런 투수와 경기에서 내가 이겼다. 그 때 느꼈던 자부심은 지금 생각해도 대단했다"고 빙긋이 웃어보였다.
김원형은 "선발로 나서면 선발답게 승리를 책임질 수 있고 마무리로 나서도 그 경기를 끝까지 승리로 마칠 수 있는 투수"로 당시 선 전 감독을 기억했다.
나머지 한 사람은 얼마 전까지 팀의 사령탑이었던 김성근 전 감독이었다. 김원형과는 1996년부터 1999년까지 4년, SK에서 올해로 5년째 모두 9년간 함께 했다. 무엇보다 2007년 첫 우승을 함께 일궈 기쁨이 두 배였다.
김원형은 "감독님은 야구를 떠나 그 존재감만으로 내겐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면서 "그런데 막상 내게 감독님이 어떤 존재인가 물으면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유니폼을 입었을 때는 솔직히 선뜻 다가서기가 힘든 분"이라던 김원형은 또 "하지만 사복을 입고 있을 때는 다르다. 쉽게 다가갈 수 있고 이야기도 가끔할 수 있는 친근한 분"이라고 떠올렸다.
김원형은 "개인적으로 알게 모르게 감독님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면서 "정신적인 부분도 그렇지만 항상 많은 공부를 하는 모습에 감독님을 보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공부가 되는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더불어 "아버지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김원형은 지난 7월부터 SK 1군 선수단에 합류, 후배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해주고 있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