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로 나선 2경기서 너무 좋은 활약을 펼쳤다. 그래서 팀 입장에서는 더욱 아쉬울 지 모른다. 두산 베어스의 베네수엘라 출신 우완 페르난도 니에베(29)를 지켜보는 시선은 기대감 한 켠 싸늘함이 남아있다.
페르난도는 지난 6,7일 잠실 LG전서 2경기 연속 세이브를 올리며 팀의 5연승에 공헌했다. 피안타와 사사구 없이 굉장히 묵직한 구위와 날카롭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앞세워 LG 타선을 봉쇄했다.

지난 4월 하순 라몬 라미레즈가 비워둔 빈 자리를 채운 대체 외국인 투수로 한국 땅을 밟은 페르난도. 그의 올 시즌 성적은 15경기 2승 5패 2홀드 평균자책점 6.72(8일 현재)로 아직은 부진하다. 최고 155km를 던질 수 있는 어깨 근력과 공략이 쉽지 않은 슬라이더를 갖춘 페르난도는 왜 이제서야 마무리로 나선 것일까.
해답은 이전까지 선수 본인이 계투 등판을 꺼려했기 때문. 당초 두산은 페르난도를 더스틴 니퍼트-김선우와 함께 선발 삼각 편대 한 축으로 구축하고자 했으나 직구-슬라이더 외 변화구는 그리 위력적이지 않았다. 엄밀히 따지면 그저 '보여주는 공'에 불과했다.
외국인 선수의 경우 기본적으로 보장된 연봉 외 성적에 따른 옵션 수당을 받는다. 대개 외국인 투수의 경우 선발로 나서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이닝 수나 승리와 연관되어 있다. 이미 팀에서는 5월 하순 마무리 임태훈의 이탈 등과 관련해 페르난도에게 계투 전환을 지시했으나 선수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NC 초대감독이 된 김경문 감독은 페르난도에 대해 "저런 녀석은 처음 봤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대체로 두산 외국인 선수들은 성적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성격만큼은 좋았다. 팀 케미스트리를 중시하는 김경문 감독이 바라던 외국인 선수의 모습과 페르난도는 정반대 모습이었다.
동료들의 시선도 그리 따뜻하지는 않다. 실제로 페르난도는 선발로 나설 당시 양의지의 리드에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뜻만을 고수하다 난타를 당했다. 자기 의견을 고수한 결과는 선발 등판 시 12경기 2승5패 평균자책점 7.23에 불과했다. 피안타율도 3할4푼9리로 굉장히 높았다.
양의지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 "다음에 잘 던지면 되겠지요"라며 헛웃음을 지은 양의지였으나 페르난도는 다음 경기서도 제대로 던지지 못했다. 지켜보던 동료들도 "왜 페르난도가 의지 리드를 안 따르는 지 모르겠다"라며 답답해 했을 정도.
차라리 끝까지 선발 등판만 고수했더라면 미련이 덜했을 지 모른다. 그러나 페르난도는 사이닝보너스 가능성이 사라진 지금에서야 "계투로 뛰어달라"라는 김광수 감독대행의 요청에 고개를 끄덕였다. 타 팀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던 외국인 선수의 이기적 행태가 '적어도 우리 외국인 선수들은 착하다'라고 자신하던 두산에서도 나온 것이다.
"페르난도가 니퍼트 같은 심성이었더라면". 이제는 밖에서 두산을 바라보게 된 김경문 감독은 씁쓸한 기억이 떠올랐는지 이맛살을 찌푸렸다. 시즌 막판 페르난도가 마무리로 맹활약을 펼치며 재계약 가능성을 높일 것인가. 가능성은 굉장히 희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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