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야구계를 뜨겁게 달궜던 '고춧가루' 넥센 히어로즈의 하락세가 심상찮다.
넥센은 1일 잠실 두산전부터 3-6 패배를 당한 것을 시작으로 9월 들어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무승부 한 번 포함 6연패의 늪에 빠져 있다.
특히 넥센이 뼈아픈 것은 9월 7경기 동안 팀 평균득점이 1.86점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8월 평균득점 3.87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 9월 팀 타율은 2할1푼3리에 그쳤다. 넥센은 9월 6일 목동 SK전 4회부터 8일 목동 한화전 3회까지 21이닝 무득점이라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이처럼 넥센의 타선이 급작스런 침체를 보이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 연장전 3번에 지친 선수들
넥센의 방망이가 멈춰있는 것은 거듭된 접전과 연장 경기로 선수들이 지쳐있기 때문이다. 김시진(53) 넥센 감독은 팀 6연패의 결정적 계기로 연장전 3번을 꼽았다.
지난달 31일 잠실 두산전에서 연장 10회 대결 끝에 4-2 승리를 거둔 넥센은 2일부터 가진 대전 한화전에서 2경기 연속 연장전 끝에 패배를 당하며 체력만 소모했다. 김 감독은 "연장을 해도 이기면 덜 피곤하지만 지면 죽을 맛"이라며 연장전 끝에 패배한 것을 팀 하락세의 가장 큰 요인으로 판단했다.
특히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돼 활약하고 있는 넥센의 경우 선수들의 컨디션이 성적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김 감독도 "베테랑들은 금방 털고 일어나지만 젊은 선수들은 한 번 지치면 회복할 방법을 모른다"고 지적한 바 있다.

▲ 중심 타선의 '해결 본능' 부족
현재 넥센의 클린업 트리오는 코리 알드리지, 박병호, 송지만이다. 그러나 7경기 동안 셋의 총 타율은 2할2푼7리. 팀의 중심 타선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한 타율이다. 특히 알드리지만 7경기에서 5타점을 기록하고 있을 뿐 박병호는 2타점, 송지만은 0타점에 그쳐 타점 생산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알드리지는 8월 어깨 부상으로 1군에서 제외돼 있다가 1일 엔트리 확대에 맞춰 복귀했다. 김시진 감독에게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는 최후 통첩을 받고 분전하고 있지만 득점권 타율이 낮다. 9월 들어 때려낸 홈런 3개 중 2개가 외로운 솔로포.
팀의 새로운 4번타자 박병호는 8월 3할7리의 타율로 MVP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9월 들어 2할4푼으로 주춤하고 있다. 하일성 KBS N 해설위원은 박병호의 9월 부진에 대해 "(박병호가) 지금처럼 한 달 이상 풀타임으로 뛰어본 적이 없을 것"이라며 컨디션 저하를 지적했다.
베테랑 송지만은 시즌 타율(.268)이 2004년 이후 7년 만에 2할7푼대 아래로 떨어졌다. 이처럼 중심타선이 힘을 내지 못하면서 상하위 타선까지 전체적으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8월 12승11패로 7위 한화를 1경기 차까지 바짝 추격했던 넥센은 8일 현재 43승1무66패로 한화와 6경기 차까지 벌어져 있다. 이대로는 탈꼴찌가 힘든 상황. 지친 넥센 타자들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계기가 필요하다. 그래도 9월 팀 평균자책점 3.57로 굳건히 버텨주는 마운드가 있어 언제든 화력만 받쳐주면 치고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autumnbb@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