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께 받은 분에 넘치는 사랑 절대 잊지 않고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탈세 논란에 휘말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개그맨 강호동이 사태 후 최초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은퇴 의사를 밝혔다.
강호동은 9일 오후 6시 서울 도화동 서울마포가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시간 이후로 잠정 은퇴를 하겠다"고 폭탄 선언을 했다.
이날 검은 색 정장을 차려입고 굳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강호동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뒤 곧바로 자리에 앉아 준비해 온 입장 전문을 읽어 내려갔다.
강호동은 "최근 세금과 관련한 불미스런 문제로 국민 여러분 심려를 끼쳐드린 점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운을 뗐다.
이어 자리에서 일어나 90도 인사를 한 뒤 다시 자리에 앉아 "저는 젊어서 씨름을 했다. 씨름 선수 시절 국민 여러분의 응원으로 천하장사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 이후 연예인이 되어 다시 시청자 여러분들의 분에 넘치는 응원과 관심으로 지금 많은 프로그램의 MC 자리에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또 "여러분의 사랑이 없었다면 지금의 강호동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한 제가 여러분들의 사랑에 실망을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최근에 벌어진 세금 문제는 그 이유를 막론하고 제가 관리를 철저히 하지 못한 제 불찰이다. 그로 인해 국민 여러분들의 실망과 분노가 얼마나 큰 것인지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저는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 TV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행복을 드려야 하는 것이 제게 주어진 의무다"며 "그런데 제가 지금과 같은 상황에 어떻게 TV에 나와 얼굴을 내밀고 웃고 떠들 수 있겠느냐. 제 얼굴을 본들 시청자분들이 어떻게 마음 편히 웃으실 수 있겠냐"고 말했다.
결국 "그리하여 저는 이 자리를 빌어 다음과 같이 제 결심을 말씀 드린다"며 "저 강호동이는 이 시간 이후로 잠정 연예계를 은퇴할 것이다. 저 무식한 강호동이가 몇날 며칠을 고민하고 내린 결론이다"고 잠정 은퇴 선언을 해 충격을 안겼다.
이어 "젊어서는 씨름 밖에 몰랐고 이후에는 방송 밖에 모른 채 지금까지 달려왔다. 자숙 기간동안 그동안 잊고 산 것이 없었는지, 초심을 잃고 오만한 적은 없었는지 천천히 제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겠다"며 "지금 출연 중인 방송들은 제작진과 상의를 해 방송국과 시청자 여러분들께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율해 하차 시기를 정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에는 "시청자 여러분들께 받은 분에 넘치는 사랑 절대 잊지 않고 살겠다. 감사하다"는 말로 마무리하며 입장 발표를 마쳤다.
강호동은 기자회견 도중 감정이 북받친 듯 종종 울먹였으며 입장 전문을 읽고 난 후에는 별도의 질문을 받지 않고 곧장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한편 강호동은 지난 5일 탈세 혐의로 세무조사를 받고 수 억 원의 추징금을 부과 받은 사실이 알려져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후 7일에는 사업가 A씨로부터 같은 혐의로 경찰에 고발을 당한 소식까지 전해져 네티즌 사이 갑론을박이 계속됐다.
강호동 측은 앞서 5일, 세무조사를 받았다는 보도 직후 공식 보도 자료를 통해 정중한 사과의 뜻과 향후 납세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할 뜻을 밝혔지만 비난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국민에게 받은 사랑을 토대로 고소득을 올리고도 납세 과정에 부정행위가 적발된 그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한 것.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는 강호동의 방송 퇴출 서명운동까지 일어났다.
이 가운데 9일 납세자 연맹이 강호동과 배우 김아중 등에 대한 세무조사 사실을 여과 없이 언론에 누출한 세무공무원과 국세청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이에 따라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는 세무사의 실수로 인해 벌어진 일에 대해 강호동에게 너무 가혹한 비난을 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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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