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무승부에도 싱글벙글 한 이유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09.09 18: 56

"어제 경기는 완전히 우리가 지는 경기였다니깐".
9일 SK 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를 앞둔 문학구장. 원정 덕아웃에서 만난 롯데 양승호(51) 감독은 전날 무승부에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전날 양 팀의 경기는 연장 12회 승부 끝에 2-2 무승부로 끝났다. SK는 4명을, 롯데는 6명의 투수를 쓸 정도로 치열한 혈투였다. 1회 손아섭의 선제 투런으로 앞서가던 롯데는 5회 결국 김강민에 동점 솔로포를 허용해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더 많은 투수를 소모한 롯데가 더 아쉬워 할 법도 하지만 양 감독은 예상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양 감독은 "사실 어제 게임은 완전 우리가 잡힌 것"이었다며 "1회 무사 만루도 저쪽에서 놓치고, 또 10회에 무사 2루까지 나갔는데 보내기 번트 실패해서 다 잡은경기를 놓친 것 아닌가"라며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롯데 입장에선 무승부도 나쁜 결과는 아니다. 8일 현재 롯데는 4차례의 무승부를 거두면서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횟수를 기록하고 있다. 올 시즌 무승부 제도에서는 승률 5할이 넘을 경우 무승부가 많을수록 승률이 높다. 만약 롯데가 4번의 무승부 가운데 2승2패를 했다고 가정해도 현재의 승률(0.550)이 더 높다.
롯데 주장 홍성흔(35) 역시 전날 무승부에 만족한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어제 무승부는 순전히 수비 덕분에 가능했다"면서 "우리 입장에선 완전히 내준 경기였는데 무승부 만으로도 만족한다"며 미소지었다.
전날 롯데는 1회 2사 만루서 3루수 황재균이 빠른 타구를 호수비로 건져내며 실점을 막았다. 이후 좌익수 김주찬과 우익수 전준우의 그림 같은 수비가 이어지며 SK 타선의 기를 꺾어 놨다. 양 감독 역시 전날 경기 후 "수비 덕분에 비겼다"고 말하기도 했다.
무승부 덕분에 2위 롯데는 3위 KIA에 1.5게임 차로 도망갔고 4위 SK에는 2.5게임 차를 유지했다. 많은 전문가들 역시 롯데의 2위를 점치고 있다.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노리고 있는 롯데가 무승부에도 여유롭게 웃을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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