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동안 앞섰다. 누구도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추격을 허용하더니 결국 동점을 내줘 약 10분간 맞섰다. 곧바로 다시 앞서 나갔지만 결국 역전 끝내기에 무릎을 꿇고야 말았다.
9일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는 경기 내내 앞섰던 롯데가 SK의 뒷심에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8회 초까지 롯데는 8-1로 앞서 승기를 잡았다고 확신했지만, 조금씩 추격을 허용해 결국 8회 2점, 9회 5점을 허용하고 연장으로 끌려가고 말았다.

10회초 롯데는 손아섭의 솔로포로 다시 9-8로 앞서가 해피엔딩을 맞이하나 했으나 결국 김강민에게 역전 끝내기 안타를 두들겨 맞으며 9-10으로 패해 4시간 4분에 걸친 경기가 악몽으로 끝이 나고야 말았다.
▲ 눈 앞까지 왔던 PO 직행 티켓
사실 롯데가 9일 경기에서 승리를 거뒀다면 2위 경쟁에서 큰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마침 같은날 경기에서 KIA 타이거즈가 두산 베어스에게 발목을 잡혔기에 경기를 깔끔하게 마무리 했다면 KIA와 2.5경기, SK와 3.5경기 까지 격차를 벌리는 것이 가능했다.
만일 롯데가 이날 승리를 거뒀다면 남은 17경기에서 8승 9패로 5할 이하 승률을 거둬도 2위 자리가 유력했다. 그렇게 되면 롯데를 따라잡기 위해서 SK는 남은 22경기서 15승 7패(승률 0.682), KIA는 남은 12경기서 9승 3패(승률 0.750)을 거뒀어야 했다. 말 그대로 플레이오프 직행을 위한 7부 능선에서 발을 헛디뎌 다시 산 중턱으로 떨어진 격이다. 물론 아직 롯데가 SK와 KIA 두 팀에 비해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더욱 어렵게 돌아가게 됐다.
▲ 흔들린 철벽 불펜진
9일 경기 전까지 롯데 불펜진은 말 그대로 '난공불락'을 자랑했다. 특히 9월 5경기에서 롯데 불펜의 피안타율은 39타수 1안타로 단 2푼6리에 그칠 정도였다. 롯데가 후반기 경이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5위에서 2위까지 뛰어오른 데에는 불펜의 안정화가 가장 컸다. 특히 마무리 김사율은 최근 12번의 세이브 기회를 모두 성공시키며 '율판왕'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롯데 불펜진에게는 악몽이 됐다. 최근 회복세를 보이던 이재곤은 1이닝 4피안타(1피홈런) 5실점으로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9회말 진화를 위해 등판했던 강영식은 볼넷 하나만 내주고 내려갔다. 그리고 강영식이 내려간 뒤 1사 1,2루에서 동료들이 남겨둔 업보를 청산(?)하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 김사율은 결국 동점을 허용하며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고 말았다.
급기야 김사율은 10회 연장에선 김강민에 역전 끝내기 안타를 내주며 패전까지 떠안게 됐다. 자신감이 가장 큰 무기였던 롯데 불펜에게 이번 역전패가 어떻게 작용할 지도 롯데에겐 걱정거리다.

▲ 주전 유격수 문규현의 부상
또한 롯데는 이날 경기에서 주전 유격수 문규현의 부상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문규현은 3회 박재상의 타구를 병살 처리하는 과정에서 1루 주자 김강민의 슬라이딩에 왼쪽 다리가 걸려 넘어졌다. 넘어진 문규현은 왼쪽 발목과 오른쪽 갈비뼈에 통증을 호소했고 결국 경기에서 빠지고 말았다.
정밀 진단 결과 문규현은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닌 단순 타박상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문규현이 빠진 유격수 자리의 공백은 생각보다 컸다. 문규현이 경기에서 빠지자 양종민이 들어갔고, 6회부터 정훈이 유격수 자리를 채웠다. 하지만 정훈은 9회말 병살 처리하는 과정에서 2루수 조성환이 토스한 공을 태그 후 1루에 악송구하는 실책을 저질러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만약 문규현이 부상으로 며칠간 유격수 자리를 비운다면 그 공백은 생각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 주장 홍성흔, 거인을 다시 일으킬까
롯데 주장 홍성흔은 이날 경기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대신 덕아웃에서 선수들을 다독였다. 특히 3회 유격수 문규현이 부상으로 빠지자 홍성흔은 야수들을 불러모아 "흔들리지 말고 우리는 우리가 하던 플레이를 하자"라고 말하며 특유의 파이팅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후 롯데 야수들은 연이은 호수비로 주장의 외침에 보답했다.
그렇지만 결국 결과는 충격적인 역전패. 게다가 롯데는 경기가 끝난 직후 사직으로 이동해 10일 오후 5시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 상대인 넥센 히어로즈 역시 목동 경기가 끝난 직후 사직으로 내려가 피곤한 일정인 것은 마찬가지다. 마침 넥센은 9일 6연패 탈출에 성공하며 상승세를 탔다. 롯데가 10일 경기에서 주장 홍성흔을 중심으로 패배의 후폭풍을 얼마나 수습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자칫 넥센에까지 덜미를 잡히면 2연패를 기록중인 롯데의 연패가 길어질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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