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7점차 뒤집기 비웃는 '역전의 순간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9.10 07: 38

야구의 가장 큰 매력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아무리 크게 뒤져도 언제든 뒤집을 수 있는 것이 야구다.
지난 9일 문학 SK-롯데전은 그래서 손에 꼽힐 만한 명승부였다. 8회초까지 1-8로 끌려다니며 패색이 짙던 SK는 그러나 8회말 대타 안치용의 투런 홈런을 시작으로 9회말 대타 박재홍의 적시타와 김강민의 스리런 홈런 그리고 대타 박진만의 적시타로 8-8 동점을 만드는 저력을 발휘했다. 연장 10회초 손아섭에게 솔로포를 맞았지만, 10회말 김강민의 끝내기 2타점 적시타로 7점차를 극복하고 10-9 대역전승을 완성시켰다. 그러나 7점차를 능가하는 역전 승부들이 있었다. 역대로 9점차 역전이 2차례 있었으며 8점차 역전도 10차례나 나왔다.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경기들이 있다.
▲ 2003년 5월27일 현대, 수원 KIA전 9점차 역전승

프로야구 사상 최다 점수차 역전 경기는 9점차. 30년 프로야구에서 두 차례 있었는데 그 최초의 경기가 바로 2003년 5월27일 수원 현대-KIA전이었다. 현대는 선발 정민태가 1회에만 대거 6실점하며 경기 흐름을 내줬다. 1회말 박종호의 솔로포로 따라붙었지만 2회초 다시 4실점하며 1-10으로 완벽하게 리드당했다. 에이스가 무너진 현대로서는 가망이 없을 듯한 경기. 하지만 2회 김동수가 스리런 홈런을 터뜨리더니 3회 이숭용이 투런 홈런을 날렸다. 이어 4회에는 김동수가 솔로포로 연타석 아치를 터뜨리며 순식간에 7-10까지 맹추격했다. 승부는 마지막 9회말에 갈렸다. 선두타자 조재호의 우전 안타로 포문을 연 현대는 1사 1·3루에서 박종호와 마이카 프랭클린의 연속 안타로 9-10, 1점차 턱밑까지 쫓았다. 계속된 1사 1·3루. 타석에 등장한 거포 심정수가 KIA 마무리 진필중의 2구째 직구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장외로 넘어가는 비거리 135m 끝내기 스리런 홈런을 폭발시키며 12-10 짜릿한 대역전극을 완성시켰다. KIA는 6연승 행진이 끊겼고, 정민태는 개인 14연승 행진이 끊기지 않았다. 이날 경기를 시작으로 KIA는 7연패 충격에 빠졌고, 정민태는 선발 최다 21연승 기록을 달성했다. 2003년 페넌트레이스 1위 현대와 2위 KIA의 승차는 불과 0.5경기. 현대는 3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KIA는 플레이오프에서 돌풍의 SK에 3연패로 덜미를 잡힌다. 이날 경기 결과가 달랐으면 역사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 2009년 9월12일 한화, 대전 히어로즈전 9점차 역전승
'160승 레전드' 정민철의 은퇴식이 열린 2009년 9월12일 대전구장. 경기도 한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졌다. 경기 초반은 히어로즈 분위기. 3회 이택근의 만루 홈런과 강정호의 투런 홈런이 터지며 4회초까지 9-0으로 리드했다. 히어로즈 마운드에는 그해 13승을 거둔 에이스 이현승이 있었다. 그러나 4회말부터 한화의 대포가 폭발했다. 이범호의 투런을 시작으로 '닮은꼴' 박노민과 최진행이 차례로 스리런과 투런을 쏘아올렸다. 4회말에만 홈런 3방으로 단숨에 7-9 추격. 화끈한 홈런 공방전 이후 경기는 한동안 소강상태로 흘렀다. 그러나 경기의 마지막도 홈런이었다.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한화는 상대 1루수 강병식의 실책으로 잡은 찬스에서 이범호의 중전 적시타로 1점을 따라붙은 뒤 김태균의 안타로 1사 1·3루 찬스를 만들었다. 여기서 이도형이 히어로즈 조용준의 초구를 통타해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끝내기 스리런 홈런으로 11-9 대역전극을 이뤄냈다. 훗날 이도형은 "평소 좋아하고 따르던 민철이형의 은퇴식날 멋지게 승리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고 회고했다.
▲ 2000년 6월2일 롯데, 사직 LG전 8점차 역전승
지난 2002년 삼성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끝내기 홈런으로 장식한 마해영에게는 롯데 시절에도 잊지 못할 끝내기의 추억이 있다. 2000년 6월2일 사직 LG전. 롯데는 8회초까지 LG에 8-0으로 리드당했다. 하지만 8회말 김대익의 적시 2루타를 시작으로 데릭 화이트와 조경환의 적시타로 4점을 따라붙었다. 그리고 9회말 공격에서 한 번에 뒤집었다. 선두타자 조성환의 볼넷에 이어 대수비로 나온 한규식이 이날 경기 첫 타석에서 1타점 2루타를 치고 나가며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이어 롯데는 상대 포수 김정민의 패스트볼로 1점을 더 추가하며 6-8로 추격했다. 계속된 공격에서 롯데는 LG 바뀐 투수 경헌호를 상대로 대타 엄정대와 화이트의 연속 안타로 1사 1·2루 찬스를 잡았다. 여기서 마해영이 경헌호의 초구를 밀어쳐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끝내기 스리런 홈런포를 작렬, 9-8 역전승으로 짜릿한 역전극에 종지부를 찍었다.
 
▲ 2005년 5월26일 롯데, 잠실 LG전 8점차 역전승
2005년 초반 롯데는 돌풍의 중심이었다. 그 절정이 5월26일 잠실 LG전이었다. 이날 롯데는 선발 장원준과 구원등판한 이정훈의 난조로 기선제압당했다. 1회 2점, 2회 1점, 3회 4점, 5회 1점으로 0-8. 하지만 5회초 LG 선발 장문석을 상대로 첫 타자 손인호가 좌익선상 2루타를 터뜨린 것을 시작으로 무려 12명의 타자가 타자일순으로 2루타 4개와 3루타 1개 포함 8안타로 8득점하며 8-8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5회말 3루수 이대호의 실책으로 안타없이 2실점을 내주더니 6회 이성열에게 솔로 홈런을 맞고 8-11로 다시 주도권을 빼앗겼다. 하지만 8회초 1점을 따라붙은 뒤 9회초 이대호의 중전 안타와 킷 펠로우의 2루타로 1사 2·3루 찬스를 잡았다. 여기서 손인호가 LG 바뀐 투수 신윤호로부터 2타점 중전 적시타로 11-11 재동점을 이룬 롯데는 여세를 몰아 후속 최준석이 신윤호의 2구째 직구를 밀어쳐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 홈런을 터뜨려 기어이 경기를 뒤집어버렸다. 마무리 노장진이 9회말을 무실점으로 셧아웃시키며 13-11 대역전극을 완성시켰다.
▲ 2009년 5월15일 LG, 목동 넥센전 8점차 역전승
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난타전으로 남은 한판이었다. 지난 2009년 5월15일 목동 넥센전에서 LG는 5회까지 5-13으로 끌려다니고 있었다. 넥센은 4회까지 송지만의 스리런 2방과 황재균, 김동수의 솔로포 등 홈런포 4방으로 주도권을 잡았다. 하지만 불과 3일 전 패했지만 SK로부터 9회말 대거 8득점하는 저력을 보인 LG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5회 3득점으로 추격을 시작한 LG는 6회 이진영의 스리런 포함 4득점으로 12-13, 1점차까지 따라붙는데 성공했다. 이어 7회 박용택과 이대형의 연속 안타와 정성훈의 몸에 맞는 볼로 만든 무사 만루 황금 황금에서 4번타자 로베르토 페타지니의 만루 홈런으로 3이닝 만에 8점차를 뒤집는 불방망이를 과시했다. 이어 이진영까지 솔로포로 백투백 홈런을 날렸다. 7회말 황재균에게 스리런 홈런을 맞고 17-16으로 쫓긴 LG는 8~9회 각각 2점과 3점을 얻으며 난전의 승자가 됐다. 스코어는 22-17 LG 승리. 양 팀 도합 39득점은 프로야구 30년사 최다기록으로 남아있다. LG는 최다실점 승리팀, 넥센은 최다득점 패배팀이 됐다. 덤으로 LG는 역대 11번째 팀 사이클링 홈런까지 기록했다.
▲ 2010년 4월9일 한화, 사직 롯데전 8점차 역전승
한화 한대화 감독은 이날 경기를 떠올리면 "허허"하고 웃음부터 짓는다. 지난해 4월9일 사직구장. 한화가 1회초 정원석의 선두타자 홈런으로 기선제압에 성공했지만 1회말에 홍성흔에게 스리런 홈런을 맞고 5실점한다. 2회에도 2실점. 3회 김태완의 투런 홈런으로 추격을 했지만 4회말 카림 가르시아에게 스리런포를 허용했다. 4회말까지 스코어는 3-11. 하지만 한화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5회초 김태완의 솔로포를 시작으로 6~7회 2점씩 얻으며 8-12로 달라붙었다. 그리고 이어진 8회. 2사 후 송광민-최진행-추승우-신경현-전근표-오선진-이여상의 7연속 안타로 대거 6득점하며 14-12로 역전시켰다. 하지만 그냥 이기면 그건 한화가 아니다. 8회말 마무리 훌리오 데폴라가 2실점으로 블론세이브를 저지르며 승부는 연장으로 넘어갔다. 결국 연장 12회 이여상의 결승타로 한화가 15-14로 이겼다. 이날 양 팀이 합작한 51안타와 한화가 기록한 27안타는 한 경기 최다 신기록. 김태완은 한 경기 최다 8출루를 기록했고, 가르시아는 놀라운 컨택트 능력으로 7타수 7안타를 몰아쳤다. 무려 5시29분짜리 대하 드라마였던 이날 경기는 정확히 자정 12시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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