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들'이 이끄는 두산의 상승 무드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9.11 07: 27

젊은 선수들은 팀에 신선한 색깔을 입힐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전통으로 이끄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사람은 나이를 먹게 마련이고 그 뒤를 잇는 젊은 선수들이 반드시 좋은 활약을 펼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팀의 전통을 만드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이들은 베테랑급 선수들이다.
 
시즌 중반 극한 부진의 고개를 넘은 뒤 9월 들어 7승 1패 고공 비행 중인 두산 베어스. 그들의 상승세 중심에는 바로 김동주(35), 김선우(34), 임재철(35) 등 맏형급 선수들의 활약이 있다.

 
올 시즌 105경기에 나서 2할9푼1리 16홈런 68타점(10일 현재)을 기록 중인 김동주는 10일 잠실 KIA전서 6회 대타로 나서 구원투수 서재응의 흘러가는 슬라이더를 배트 끝으로 띄워 2타점 결승 좌전 안타를 때려내는 수훈을 보여줬다. 전날(9일) KIA 우완 박성호의 제구되지 않은 직구에 머리를 맞아 벤치서 쉬고 있던 김동주는 대타로 제 위력을 떨쳤다.
 
9월 8경기서 김동주가 기록한 타격 성적은 4할7리(27타수 11안타) 3홈런 13타점으로 알차다. 팀 성적 하락으로 인한 감독 교체 등 안팎의 충격파를 겪었고 고비마다 찾아온 부상을 견딘 김동주는 팬들에게 "죄송하다"라며 고개를 숙이면서도 "절대 포기는 하지 않겠다"라는 각오를 내세우고 있다.
 
투수진 맏형 김선우의 활약도 알토란 같다. 올 시즌 김선우는 25경기 13승 7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22를 기록하며 국내 무대 4시즌 중 가장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전성 시절 150km을 손쉽게 넘던 직구는 사라졌으나 대신 체인지업, 커브 등 완급조절 변화구 구사도를 높이며 에이스 노릇을 하고 있다.
 
지난 4일 문학 SK전서 7이닝 5피안타 무실점으로 생일 자축 승리를 거뒀던 김선우는 10일 KIA전서도 7이닝 7피안타 3실점으로 제 몫을 하며 13승 째를 올렸다. 최근 개인 5연승 중. 10일 경기서 컨디션이 좋은 편은 아니었으나 최대한 길게 마운드를 지켰다는 점은 높게 살 만 했다.
 
오른 발목 부상으로 인해 올 시즌 상당 기간 결장해야 했던 외야수 임재철의 활약상도 주목해야 한다. 오른 발목 부위 발등뼈와 복사뼈 부위 충돌 증후군으로 인해 수술까지 받은 임재철은 9일 KIA전부터 스타팅 멤버로 출장해 2경기 연속 타점을 올렸다.
 
더욱 중요한 것은 오른손 타자 임재철이 10일 경기서 2번 타순에 배치되어 1안타 1타점에 볼넷 2개를 골라내며 좋은 활약을 펼쳤다는 점이다. 올 시즌 두산은 9번 타자서부터 3번 타순까지 왼손 타자만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상대팀 좌완 원포인트 릴리프가 한 이닝 이상을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어느 순간 타격 색깔이 획일화되었다는 점.
 
그러나 임재철의 활약으로 두산은 남은 시즌 상-하위타선 연결고리 조합 카드를 다양하게 꺼내들 수 있게 되었다. 2005년 임재철은 팀의 2번 타자로 나서며 팀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에도 공헌한 바 있다. 풍부한 경험을 앞세워 외야진 수비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는 선수인 만큼 쓰임새가 쏠쏠하다.
 
베테랑이 좋은 활약을 펼치면 이는 젊은 선수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동시에 팀의 전통으로 자리잡게 된다. 이는 가장 믿음직한 위기 타개책이 되면서 상승세를 잇는 가교 노릇도 할 수 있다. '맏형 트리오'의 활약이 4강 경쟁권에서 완전히 멀어지던 두산의 가느다란 희망 불씨를 다시 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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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동주-김선우-임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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