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 먹어도 크게 스윙하라 그랬다".
김시진(53)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박병호(25)에게 항상 크게 스윙할 것을 주문한다.
타자가 간결한 안타로 나가는 것보다 크게 스윙할 경우 삼진을 당하더라도 다음 타석에서 투수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8월 처음 팀에 왔을 때는 소심한 스윙을 했지만 이제 팀의 4번타자가 된 박병호가 항상 위축되지 않고 크게 스윙을 하길 바라는 김 감독의 기대가 담긴 말이다.

박병호는 실제로 넥센 이적 후 삼진을 많이 당했다. 박병호는 올 시즌 7월까지 9개의 피삼진을 기록한 반면 8월 한 달에만 36번 삼진으로 물러났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일단 출장기회가 많아진 만큼 삼진도 늘어났다. 또한 이전처럼 타격감 없이 헛손질한 삼진이 아닌 풀카운트 대결 끝 풀스윙 삼진이 많았다.
대신 박병호는 김 감독이 주문한 큰 스윙으로 8월 월간 전체 홈런 1위(6개), 득점권 안타 1위(5개)를 기록하며 팀 8월 MVP를 차지했다. 박병호는 8월 3할이 넘는 타율(.307)로 팀의 당당한 4번타자로 자리매김했다. 9월 들어 30타수 6안타로 조금 주춤하고 있기는 하지만 박병호에 대한 야구계의 평가는 넥센 이적 전과 이적 후 크게 바뀌었다.
그 동안 박병호에게는 무슨 변화가 있었을까. 박병호는 "이전에도 많이 이야기했지만 자신에게는 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한 가지 변한 점이 있었다. 박병호는 "넥센에 온 뒤 '이제는 주전'이라는 생각이 생겼다"고 말했다. 오늘 삼진을 당해도 내일 또 경기에 나갈 수 있다는 것. 박병호에게는 그 하나의 변화가 큰 자신감을 불러 일으켰다.
내년 박병호의 활약에 대해 김 감독은 "풀타임 주전으로 뛰는 첫해가 될 것이기 때문에 힘들 것"이라며 "크게 기대하지 않고 25홈런 정도만 바란다"고 박병호에 대한 믿음과 기대를 드러냈다.
일단 내년도 풀타임 주전을 보장받은 박병호. 그가 새로운 팀에서의 완전한 첫 해 어떤 변화를 또 불러일으킬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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