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슈퍼 클로저의 탄생이다.
한화 외국인 투수 데니 바티스타(31)가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바티스타는 지난 10일 문학 SK전에서 4-2로 리드하던 9회 구원등판, 1이닝을 탈삼진 2개 포함 무실점 퍼펙트로 막았다. 투구수는 11개. 최근 3연속 세이브 모두 이틀 간격으로 일정하게 등판하며 거뒀다. 한국 데뷔 후 정확히 20경기를 던진 바티스타의 성적은 2승8세이브 평균자책점 2.10. 25⅔이닝 동안 탈삼진이 44개로 9이닝으로 환산할 경우 15.4개라는 놀라운 수치가 나온다.
최근 3경기만 놓고 보면 바티스타는 완벽에 가까웠다. 3⅓이닝 동안 안타와 사사구 하나없이 탈삼진만 4개 기록했다. 퍼펙트 행진을 펼친 것이다. 이제 바티스타가 마운드에 오르면 경기가 끝났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150km 초중반대 빠른 직구와 각도 큰 파워 커브는 알고도 치기 어려운 공포의 대상으로 자리 잡았다. 바티스타는 직구뿐만 아니라 커브로 카운트를 잡을 줄 아는 투수라는 점에서 타자들이 무척이나 까다롭게 여긴다. 확실한 결정구의 존재가 큰 효과를 보고 있다.

10일 SK전이 그랬다. 첫 타자 박재홍을 상대로 1~4구 모두 직구로 승부하며 힘으로 눌렀다. 그러더니 5구째 결정구로 129km 커브를 던졌다. 이에 앞서 던진 4구째 공이 153km 직구였다. 박재홍은 멍하니 바라보다 삼진을 당했다. 이어 대타로 나온 임훈은 역으로 당했다. 초구에 커브를 던졌고 임훈은 타이밍을 잃은 채 파울로 커트했다. 이어 2구째는 149km 직구가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다. 이어 3구째 곧바로 132km 커브로 과감히 허를 찔렀다. 임훈 역시 스탠딩 삼진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바티스타의 진정한 가치는 이게 전부가 아니다. 정민철 투수코치는 "바티스타가 지금 굉장히 잘해주고 있다. 팀 전체에 신뢰와 믿음을 준다. 선수들도 바티스타에 대한 믿음이 가득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매우 영리한 선수라 벤치에서 크게 주문하지 않아도 의중을 알아차린다. 팀 상황이 그렇다 보니 바티스타도 웬만하면 투구수를 줄이려고 정면승부를 많이 한다. 여러가지로 팀에 흡수되는 모습이 코치로서 흐뭇하다. 팀 시스템을 알고 따라주며 어울리는 게 굉장히 고맙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최근에야 어느 정도 일정한 등판간격을 유지하고 있지만 바티스타는 처음 팀에 합류했을 때부터 어려운 시기를 보내야 했다. 초반에는 세이브 기회가 없는 바람에 등판이 들쭉날쭉했고 컨디션 유지에 어려움을 겪었다. 심지어 크게 뒤지고 있는 경기에서 어쩔 수 없이 등판하거나 몸 푸는 경우도 있었다. 반대로 8월말부터는 팀 사정상 길게 연투하는 상황이 많아졌다. 그런데도 바티스타는 "언제 어떤 상황이든 팀에 맞춰갈 뿐"이라며 개의치 않았다. 그를 바라보며 한대화 감독도 "팀 상황을 잘 이해해 준다"며 대견해 했다.
정민철 코치는 "등판간격이 드문드문할 때는 볼넷 허용이 많지만 어느 투수든 며칠씩 쉬면 컨트롤이 쉽지 않다"며 바티스타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한대화 감독도 이미 내년 시즌 구상을 이야기할 때마다 바티스타의 이름을 빼놓지 않고 있다. 바티스타도 "풀타임으로 뛰면 40세이브는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보였다고. 오넬리 페레즈가 말한 50세이브 목표는 2012시즌 바티스타의 목표가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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