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 뒤로한 오재필, 그의 날갯짓이 시작됐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9.11 11: 01

더 이상 불운은 없다. 힘찬 날갯짓으로 날아오르는 일만 남았다.
한화 7년차 외야수 오재필(29)은 서글서글한 미소가 매력적이다. 그러나 그의 웃음 속에는 많은 사연이 들어있다. 전신마취만 7번 할 정도로 숱한 시련의 나날들을 보냈다. 미신을 믿지 않는데도 개명까지 할 정도로 절박한 심정이었다. 그리고 조금은 늦었지만 의미있는 날갯짓을 시작했다. 사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이다.
공주고 시절 오재필은 공수주를 두루 갖춘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천안 북일고 김태균과 함께 충청 지역을 대표했다. 한양대로 진학한 뒤에도 대학대표팀 4번타자를 맡을 정도로 재능이 있었다. 당시 그의 이름은 오승택. 그러나 한화 입단 후 갑작스럽게 부상이라는 그림자가 그를 덮쳤다. 그는 "전신마취만 7번이나 했다. 어깨, 팔꿈치 등 수술을 안 해본 곳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심지어 타구에 얼굴을 맞는 일도 있었다.

결국 프로 입단 후 4년을 부상으로 고생하다 2년간 공익근무로 자리를 비웠다. 야구에 대한 갈증이 클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야구를 못해서 경기에 나가지 못했으면 나았을 것이다. 야구를 하고 싶어도 몸이 아파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이제는 몸도 안 아프니 야구 열심히 하는 일만 남았다"는 것이 오재필의 말이었다.
그러나 야구는 마음먹은 대로 되는게 아니었다. 개막 엔트리에 포함됐지만 개막 2연전 이후 2군으로 내려갔다. 4월 중순 1군에 복귀한 뒤 5월21일 군산 KIA전에서는 데뷔 첫 홈런도 터뜨렸지만, 대타로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고 결국 6월초 2군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2군은 더 이상 오재필이 있을 곳이 아니었다. 2군 47경기에서 타율 3할3푼8리 5홈런 40타점 5도루로 활약했고 9월 확대 엔트리를 통해 3개월 만에 1군으로 돌아왔다. 다시 올라온 1군. 그는 이전과 달라졌다.
지난 4일 대전 넥센전과 6일 대구 삼성전에서 모두 대타와 대주자로 나와 안타를 터뜨렸다. 배트 돌아가는 소리가 심상 찮았다. 이를 지켜본 한대화 감독은 10일 문학 SK전에서 카림 가르시아가 왼팔 통증을 호소하자 오재필을 전격 2번타자 좌익수로 선발 기용했다. 첫 타석에서 삼진을 당했지만 두 번째 타석에서 유격수 쪽 깊숙한 내야 안타를 치더니 1-0으로 근소한 리드를 지키던 5회초 1사 2·3루에서 가벼운 스윙으로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로 연결시켰다. 7회 1사 1·2루에서도 좌전 적시타로 쐐기타.
오재필의 한 경기 3안타는 지난 2008년 4월26일 대전 두산전 이후 1232일 만이었다. 한 경기 3타점은 데뷔 이후 처음. 한대화 감독은 "오재필의 선발 투입이 좋은 결과를 낳았다"며 흐뭇해 했다. 오재필은 "그동안 부상이 많다 보니 조급함을 많이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돌아간다는 마음으로 한걸음씩 편하게 하고 있다"며 "그동안 내 자신을 믿지 못하고 소심하게 한 것이 후회된다. 자신있게 미련이 남지 않도록 한 번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한대화 감독도 "아직은 체력적으로 부족하고, 힘이 더 붙어야 한다"고 보완할 점을 지적했다.
지난해 군제대 후 그는 '승택'에서 '재필'로 개명했다. 가래나무 재(梓), 향기 필(苾). 가래나무의 향기가 멀리 퍼진다는 이름의 의미처럼 이제는 자신의 이름을 드높일 때가 왔다. 불운을 뒤로 한 오재필의 야구인생은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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