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실수를 줄여야 하는 경기다. 그러나 야구를 하다 보면 실수는 어쩔 수 없이 나온다. 중요한 건 언제 어떻게 실수를 얼마나 줄이느냐는 것이다.
LG는 지난 10일 대구 삼성전에서 4-5로 패했다. 9회 1득점으로 최강 마무리 오승환의 무실점 행진을 113일·31경기·31⅔이닝에서 마감시켰지만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LG로서는 3-3 동점이던 5회말 유격수 정병곤의 수비 실책이 뼈아프게 느껴진 한판이었다. 이날 1군 데뷔 첫 출장한 정병곤은 무사 1루에서 김상수의 평범한 땅볼 타구를 뒤로 빠뜨리는 실책을 범했다. 삼성은 후속 최형우의 2타점 3루타로 득점에 성공했고, 결국 이것이 이날 경기 결승점으로 연결됐다.
올해 LG는 실책으로 결승점을 내준 것만 무려 12경기나 된다. 넥센·두산과 함께 가장 많은 수치. 특히 결정적인 순간 수비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7회 이후 3점차 이내 접전 상황에서 22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그 중 16차례가 실점으로 이어지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승부처 또는 경기 후반 실책으로 안 줘도 될 점수를 주면서 흐름을 타지 못했다는 뜻이다. 실제로 올해 LG는 비자책점이 62점으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특히 유격수 자리에서 실책이 많이 쏟아졌다. 주전 유격수 오지환은 올해 실책 9개를 기록했는데 그 중 3개가 결승점으로 직결된 통한의 실책이었다. 오지환이 부상으로 빠진 동안 유격수로 상당 기간 뛴 윤진호도 실책 7개 중 5개가 실점으로 이어졌고, 이 가운데 2개가 결승점이 됐다. 수비의 중심이 되어야 할 자리에서 실책 후 실점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수비 불안으로 LG 마운드도 자신있게 공을 던질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다.
최하위 넥센도 마찬가지 처지. LG와 마찬가지로 실책으로 내준 결승점이 12경기나 된다. 7회 이후 3점차 이내 접전 실책만 따지면 23개로 리그 최다 불명예다. 지난 10일 사직 롯데전에서 2회 김민성과 4회 박병호의 실책이 모두 실점으로 연결됐다. 넥센도 롯데에 6-7 1점차로 패했다는 것을 떠올리면 수비의 세심함이 더욱 아쉬운 대목. 수비에서 알게 모르게 1점씩 빠져나간 게 결국은 승부를 좌우했다.
올해 우승후보에서 4강 밖으로 추락한 두산도 주전 유격수 손시헌의 부상 공백 후 수비에서 의외로 허점을 드러낸 게 아쉬운 대목이었다. 7회 이후 3점차 이내 접전에서만 실책으로 내준 게 5경기나 된다. 포수 용덕한, 외야수 정수빈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결정적 실책을 저질렀다. 7위 한화는 기록적으로 크게 두드러지지 않지만 기록되지 않은 허무한 실책성 플레이로 맥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2위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롯데는 실책이 89개로 가장 많지만 결승점으로 직결된 뼈아픈 실책은 5개에 불과하다. SK가 투타 난조 속에서도 4강 밖으로 미끄러지지 않은 것도 리그에서 가장 적은 55개의 실책이 밑바탕이 됐다. 물론 SK는 결승점이 된 실책도 4개로 가장 적다. 7회 이후 3점차 이내 접전에서도 실책이 11개로 리그 최소. 삼성과 KIA도 7회 이후 3점차 이내 실책이 13개로 결정적 실책이 많지 않았다.
수비는 기본이고 연습이다. 기본을 지키는 팀이 유리하다는 것이 새삼 증명되고 있는 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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