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롯데의 1회 승리방정식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09.11 07: 31

전준우나 김주찬이 나간다. 손아섭이 불러들인다. 아니면 이대호가 불러 들인다. 혹시나 이대호가 못 불러들이면 홍성흔이나 강민호가 해결해 준다.
야구에서 흔히 사용하는 말인 '테이블 세터'나 '클린업 트리오'라는 용어는 사실 1회에만 의미가 있다. 그 다음 이닝 부터는 타격을 시작하는 타자가 계속 바뀌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밥상을 차리고', '그걸 깨끗하게 먹어 치우'는 것은 1회, 혹은 1번 타자부터 타순이 시작되었을 때 적용되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롯데는 야구의 전통적인 용어와 일치하는 야구를 펼치고 있다. 10일 현재 롯데는 8경기 연속 1회 득점을 올리고 있다. 전준우나 김주찬, 즉 테이블 세터가 출루에 성공하면 중심 타선에서 타점을 올리는 공식이 계속되고 있다.

10일 사직에서 벌어진 롯데와 넥센의 경기 역시 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1회 선두 타자 전준우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김주찬의 3루타, 이대호와 홍성흔의 연속타자 볼넷으로 2사 만루의 기회가 만들어졌다. 여기서 6번 타자 강민호는 1회초 자신의 송구 실책으로 인한 실점을 만회하는 2타점 적시타를 터트려 경기를 단숨에 뒤집었다. 이후 양 팀은 공방을 계속하다 6회 나온 이대호의 결승 희생 플라이에 힘입어 롯데가 2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과연 롯데가 최근 8경기 연속으로 1회 득점을 올리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선수는 누구일까. 바로 2번 타자 김주찬이 주인공이다. 김주찬은 지난달 31일 사직 삼성전 이후 8경기 연속으로 1회 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말 그대로 김주찬은 1회 '10할 타자'의 위용을 뽐내고 있는 것. 거기에 김주찬은 8번의 출루 가운데 7번이나 홈에 돌아오는데 성공, 최고의 테이블세터 역할을 하고 있다.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 도루를 할 필요도 없다. 올 시즌 19개의 도루를 기록하고 있는 김주찬은 일단 나가면 뛰려는 성향이 강한 주자다. 하지만 최근 8경기 1회에는 8번의 출루 가운데 단 2번만 도루를 시도했다. 그 가운데 한 번은 성공해 이대호의 안타 때 홈을 밟았고 나머지 한 번은 포수 견제에 걸렸지만 악송구가 나와 3루 까지 진루에 성공했다. 이대호의 적시타로 득점을 올린 것은 물론이다.
여기에 전준우도 최근 8경기 1회에서 안타 2개와 볼넷 하나로 3차례 출루, 모두 홈을 밟는데 성공했다. 이로써 롯데 테이블 세터는 이 기간동안 16번의 타석에서 11번 출루해 11득점을 올리는 놀라운 득점력을 선보였다.
테이블 세터가 나갔을 때 클린업 트리오는 이들을 열심히 불러 들였다. 3번 손아섭이 최근 8경기 1회에서 4타점, 4번 이대호가 3타점, 5번 홍성흔이 3타점씩 올리는 데 성공했다. 일단 1,2번 타자가 출루에 성공하면 중심 타선에선 고르게 불러들였다는 이야기다. 같은 기간동안 1회 홈런포가 터진 건 8일 문학 SK전에서 나온 손아섭의 선제 투런 뿐이다. '홈런 군단' 롯데가 1회에는 짜임새 있는 타순의 파괴력으로 꾸준히 점수를 올린 것이다.
롯데가 '8경기 연속 1회 득점' 행진을 시작하기 전인 지난달 30일, 순위는 2위 KIA에 1게임 뒤진 3위를 달리고 있었다. 이후 롯데는 4승 1무 2패의 좋은 흐름을 보이며 2위(10일 현재)로 올라서는 데 성공했다. 이제 3위 SK와의 승차는 2.5게임. 순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팀들이 동반 부진에 빠진 탓도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롯데는 페이스를 잃지 않고 자신들의 야구를 계속했다. 롯데가 과연 현재의 흐름을 이어가 정규 시즌 2위를 확정지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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