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유재석과 함께 국내 예능계를 양분했던 카리스마 MC 강호동이 잠정 은퇴를 선언했다. 자신의 간판프로였던 KBS 2TV '1박2일'에서 돈 때문에 하차한다는 비난 여론이 일던 참에 세금 추징까지 당하면서 결정타를 맞았다.
연예계 퇴출을 요구하는 네티즌 서명 움직임이 일자 강호동은 일말의 주저도 없이 지난 9일 서울 마포가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시간 이후로 잠정 은퇴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미지를 먹고 사는 MC로서는 참으로 영악하고 재빠른 판단이었다.
만약 강호동이 모래판 천하장사 때처럼 버티기로 일관했거나 한판 뒤집기를 노렸다면 재기 불가능의 암울한 상황으로 몰렸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당연히 기자회견 이후로 강호동에 대한 동정 여론이 일반에 크게 확산되는 추세다.

어찌됐건 강호동은 당분간 휴식기를 갖게 됐다. '1박2일'은 물론이고 SBS '강심장'과 '스타킹', MBC '무릎팍 도사' 등 주요 진행프로에서 1~2주 내로 모두 하차할 예정이다.
강호동의 잠정 은퇴 소식에 정작 패닉 상태에 빠진 건 예능 PD 들이다. '유재석이나 강호도 아니면 시청률 없다'며 두 톱MC의 몸값 부풀리기에 한몫을 단단히 했던 이들은 벌써부터 '강호동 말고는 대안 없다'며 주위에 하소연을 하는 실정이다. 정말 그럴까.
예비 후보군은 즐비하다. '남자의 자격' 이경규로 대표되는 유재석-강호동 이전의 톱MC 세대들이 아직 건재한데다 '포스트 유-강'으로 불리는 예배 후보군들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기존 톱MC 쪽에서는 이경규를 비롯해 신동엽 남희석 박명수 서경석 등이 강호동의 대안 캐스팅 후보군으로 급부상하는 중이다. 남자만 고집할게 아니고 박미선 박경림 이경실 등 여자 개그맨 출신 가운데서 메인 MC를 찾아야한다는 여론도 형성되는 중이다.
후배들 쪽으로는 미친 존재감의 3총사 정형돈, 이수근, 유세윤이 단연 돋보인다. 최근 '무한도전'에서 웃음 제조기로 손꼽히는 정형돈은 이미 케이블 등에서 메인MC로 여러번 활약하며 쓴맛 단맛을 경험했다. 오랜 담금질을 거쳤던 만큼 지상파 TV에서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실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수근도 마찬가지. '1박2일'에서 쑥쑥 성장해온 그는 이제 프로그램의 한 축을 책임질 위치까지 올랐다. 순발력도 뛰어나고 무엇보다 성실한 이미지와 역할이 장점이다. 유세윤도 '무릎팍 도사' 초창기부터 강호동의 보조 MC로 톡톡 쏘는 예능 감각을 자랑했다. '무릎팍 도사'를 유세윤이 이어받을지 여부에도 방송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예능 MC계에서 워낙 큰 자리를 차지했던 강호동이 어쩔수없는 공백기를 갖게 되면서, 그의 빈자리를 과연 어느 인물이 채울지 궁금한 요즘이다.
[엔터테인먼트 팀장] mcgwir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