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 속 비춰진 두산 새내기들의 가능성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9.12 07: 43

초반부터 기선제압 당하며 끌려간 경기. 그러나 분명 얻은 것도 있었다. 스포트라이트에서 빗겨나 있던 신인 투수들의 분전으로 다음 기회를 노릴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두산 베어스의 신인 투수 안규영(23)과 양현(19)이 패배 속 호투를 펼치며 기대감을 높였다.
 
안규영과 양현은 지난 11일 잠실 KIA전서 각각 팀의 2번째, 3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3⅔이닝 5피안타 1실점과 2이닝 1피안타(탈삼진 1개, 사사구 1개)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팀은 3-6으로 패하며 KIA전 스윕에 실패했으나 이들을 발견했다는 점은 분명 의미가 있었다.

 
휘문고-경희대를 거쳐 올 시즌 팀의 4순위 신인으로 입단한 우완 정통파 안규영은 지난해 대학 하계리그 MVP였다. 140km대 후반의 직구는 물론 날카로운 슬라이더 구사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으나 팀 합류 후 페이스가 좋지 않아 잔류군에서 첫 시즌을 준비해야 했다.
 
2군서도 시즌 초반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다 점차 적응력을 키워간 안규영은 지난 8월 30일 잠실 한화전서 1군 데뷔전을 치렀다. 그러나 이대수에게 좌월 스리런을 내주는 등 2이닝 3실점으로 스타트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11일 KIA전은 달랐다. 안규영은 최고 148km의 직구와 두 종류의 다른 슬라이더를 섞어던지며 호투했다. 점수 차가 큰 편이라 부담이 없었다는 점도 있었으나 구위와 경기 내용으로 보면 분명 다음 경기를 기대할 만 했던 순간이다. 안규영의 시즌 성적은 2경기 평균자책점 6.35(12일 현재).
 
경기 후 안규영은 "두 번째 등판이라 긴장도는 데뷔전 때보다 덜했다. 그나마 편하게 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라며 "직구-슬라이더는 지난번보다 좋았지만 아직도 보완점이 많다. 주무기인 슬라이더를 좀 더 제대로 보완하는 데 집중하겠다"라는 말로 겸손하게 두 번째 경기 소감을 밝혔다. 김진욱 불펜코치는 "아직은 미완인 투수다. 시즌 후 마무리훈련과 내년 스프링캠프서 많이 가다듬어야 한다"라며 안규영의 더 나은 발전을 바랐다.
 
 
 
한화 우완 선발 양훈의 동생으로 알려진 양현은 10순위 막차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루키. 대전고 시절 날카로운 제구력을 앞세워 에이스로 활약한 언더핸드 투수지만 스피드가 너무 느려 저평가된 케이스다. 두산은 입단 당시 몸무게 70kg으로 체구가 너무 호리호리했던 양현의 더 나은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다.
 
입단 후 양현은 10kg 이상 증량에 성공했고 동시에 팔 각도를 살짝 올렸다. 언더핸드 기본 투구폼을 살리는 동시에 너무 느렸던 직구 구속을 좀 더 끌어올리고자 선택한 전략. 일단 첫 시즌 발전 가능성을 비춘 양현이다. 양현의 2군 성적은 26경기 2승 2홀드 평균자책점 3.54.
 
등판 직후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며 긴장감이 역력한 모습을 보인 양현. 그러나 양현은 시간이 갈 수록 자기 공을 두려움없이 던지며 KIA 타자들을 상대했다. 직구 구속이 130km에 못 미쳤다는 점은 아쉽지만 무브먼트가 좋은 싱커를 원하는 곳에 꽂을 수 있다는 점은 양현의 큰 장점.
 
경기 후 양현은 "올라가서 내 공을 못 뿌렸다. 첫 등판이라 기쁘기는 했는데 제구도 마음대로 안 되고 많이 긴장했다. 조계현 투수코치께서 편안하게 던지라고 하셨는데 막상 마운드에 오르니 긴장했다"라고 밝혔다.
 
"두 번째 이닝에서는 그래도 긴장감이 많이 없어졌다. 2이닝 째에는 직구-투심-체인지업-슬라이더 등을 (양)의지형의 리드 대로 던졌다. 기회가 온다면 구속보다는 제구력을 앞세운 투구를 하고 싶다. 원하는 곳에 낮게낮게 잘 제구할 수 있도록 집중하겠다".
 
특히 양훈은 동생의 1군 등록 소식에 "나중에 대전 원정 때도 1군에 남아있어라"라는 이야기를 건넨 바 있다. 두산의 대전 원정경기는 오는 22~23일로 아직 열흘 이상의 시일이 남았다. 그러나 양현은 "꼭 1군에 남아 대전에서 형과 1군 선수로 만나겠다"라는 각오를 잊지 않았다.
 
팀 1순위 최현진이나 2순위 이현호에 비해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았던 두 신인. 그러나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없다는 말이 있듯 낮은 지명순위, 심지어 신고선수 신분으로도 팀의 주축 선수로 우뚝 선 전례는 얼마든지 있다.
 
패한 경기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안규영과 양현. 이들이 다음 경기. 특히 팀이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도 부담없이 자기 공을 던지며 호투할 수 있을 것인가. 어엿한 프로 선수로서 첫 발을 내딛은 그들의 프로 생활은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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