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두자릿수 홈런' 모든걸 바꿔놨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9.12 07: 41

2년 만에 두 자릿수 홈런 고지로 돌아왔다.
오릭스 버팔로스 이승엽(35)은 지난 10~11일 세이부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연이틀 홈런을 쏘아올렸다. 올 시즌 첫 2경기 연속 홈런으로 정확히 10개의 아치를 그렸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시절이었던 지난 2009년 16홈런을 기록한 이승엽은 지난해 일본 진출 후 가장 적은 5홈런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 보란듯이 2년 만에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냈다. 이승엽의 두 자릿수 홈런이 갖는 의미도 클 수밖에 없다.
▲ 시련을 극복한 10홈런

지난해를 끝으로 이승엽은 5년간 정들었던 요미우리 유니폼을 벗었다. 국내 복귀에 대한 이야기도 흘러나왔지만 이승엽은 "이대로 돌아가면 실패자"라며 일본 잔류를 택했다. 그리고선 오릭스에 입단했다. 개막 둘째날 경기에서 스리런 홈런으로 스타트를 잘 끊었지만 이후 부진이 찾아왔다. 개막 후 한 달이 조금 지난 5월9일 결국 2군행 통보를 받았다. 당시 그의 성적 타율 1할4푼5리 1홈런 5타점. 변명의 여지조차도 없었다. 새로운 각오로 준비한 새 팀에서 첫 시즌부터 꼬였다. 좌절할 법도 했다.
그러나 이승엽은 포기하지 않았다. 13일간의 2군 생활을 마치고 1군에 승격된 그는 6월 2개, 7월 3개, 8월 2개씩 홈런을 생산해냈다. 후배 김태균이 허리 부상으로 지바 롯데 마린스를 퇴단하며 국내 복귀를 선언했지만 이승엽은 어떻게든 1군에 살아남았다. 올해로 일본야구 8년차인 그는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 싸웠다. 그리고 9월 추석연휴에 연이틀 대포 아치를 그리며 두 자릿수 홈런 고지에 복귀했다. 일본 진출 후 8년간 6시즌이나 두 자릿수 홈런을 쳤다. 일본 통산 154홈런. 누가 뭐래도 이승엽은 이승엽이다.
▲ 대포 갈증 시대 10홈런
이승엽에게 9월 중순 홈런 10개는 그의 명성에 비추어 볼 때 어딘지 모르게 허전하다. 하지만 올해 일본프로야구가 극단적인 투고타저 시기라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올 시즌 일본야구기구(NPB)는 공인구를 미즈노사 신제품으로 통일했다. 새 공인구의 가장 큰 특징은 반발력이 낮다는 점. 반발력이 낮은 고무를 공 가운데 코르크를 덮는 소재로 사용했기 때문에 타구 비거리가 줄어들었다. 우려대로 리그 전체가 홈런 갈증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864경기에서 1605개의 홈런이 터져나왔지만 올해는 682경기에서 753개로 뚝 떨어졌다. 경기당 평균 홈런이 1.9개에서 1.1개로 줄어든 것이다. 리그 전체에서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타자가 퍼시픽리그와 센트럴리그에서 각각 14명씩 총 28명밖에 되지 않는다. 오릭스 팀 내에서도 이승엽은 T-오카다(13개)와 아롬 발디리스(12개) 다음으로 많은 홈런을 치고 있다. 이승엽이 친 10개의 홈런은 그의 명성에는 모자랄지 몰라도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다. 거포답게 이승엽은 비거리 130m 이상 대형 홈런만 5개나 된다. 
 
▲ 중앙 담장 넘긴 9~10호 홈런
10~11일 이틀간 터뜨린 이승엽의 홈런은 이전 8개의 홈런과는 달랐다. 타구 방향이 모두 가운데로 향했다. 이전 8개 홈런은 모두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어간 것이었지만 9·10호 홈런은 모두 거리가 가장 먼 중앙 담장 밖으로 향했다. 과거 이승엽은 밀어서 홈런 치는데 능한 타자였다. 그러나 슬럼프가 시작된 뒤로는 홈런이 터져도 잡아당긴 타구만 나왔다. 그런 점에서 중앙 담장을 넘어간 2개의 홈런은 앞으로를 기대케 할 만한 대목이다.
이승엽은 9월 10경기에서 34타수 10안타 타율 2할9푼4리 2홈런 6타점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안타 10개 중 홈런·2루타가 2개씩이나 된다. 장타 본능이 깨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 기간 동안 무안타 경기는 2차례밖에 없었고 삼진도 7개에 불과하다. 시즌 말미지만 타격감이 올라오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페넌트레이스는 이제 28경기밖에 남지 않았으나 이승엽에게는 지금부터가 진짜 승부다.
퍼시픽리그 3위 라쿠텐 골든이글스에 승차없이 승률에서 2모 뒤진 채 4위에 있는 오릭스가 2008년 이후 3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오르기 위해서는 이승엽의 한 방이 절실하다. 비록 9연승 후 3연패에 빠졌지만 오릭스에게 이승엽의 연이틀 홈런은 매우 반가운 징조다. 올해 오릭스는 이승엽이 2점차 이내에 홈런을 터뜨린 7경기에서 6승1패를 기록했다. 그 중에는 2개의 결승 홈런도 포함돼 있다. 이승엽 타임은 바로 지금부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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