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목표와 큰 노력' 최형우, 최고 타자가 보인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9.12 07: 42

"최형우가 아니면 누가 4번타자를 칩니까".
시범경기가 한창이던 지난 3월. 삼성 류중일 감독은 최형우(28)를 바라보며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최형우가 아니면 누가 4번을 치나". 그때만 하더라도 반신반의하는 시선과 목소리가 많았다. 삼성이 본격적인 세대교체를 시작한 2008년 이후 최형우는 박석민·채태인과 함께 가장 두드러진 타자였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뭔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함께 따라다녔다. 하지만 류 감독은 "4번은 무조건 최형우다. 4번을 칠 만한 능력을 다 갖췄다"며 믿음을 보였다.
류 감독의 믿음은 틀리지 않았다. 시즌이 막바지에 접어든 시점에서 최형우가 리그 최고 타자로 떠오른 것이다. 올해 최형우의 성적은 114경기 406타수 133안타 27홈런 96타점 69득점 68볼넷 장타율 0.611 출루율 0.422 OPS 1.033. 타점을 제외하면 모두 데뷔 이후 최고 기록이다. 타점도 지난해(97점) 기록을 넘어서는 건 시간문제. 타율·출루율 4위, 홈런·장타율·OPS 1위, 타점 2위, 안타·득점 5위, 볼넷 3위. 결승타도 16개로 가장 많고 고의4구도 12개로 리그 최다다.

어느덧 생애 첫 홈런왕이 가시권이다. 2위 이대호(롯데·23개)와의 격차도 4개로 벌렸다. 2008년 19개, 2009년 23개, 2010년 24개에 이어 올해 27개로 매년 홈런 그래프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경찰청에서 함께 군복무하며 그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한화 최진행은 "형우형은 2군을 휩쓸 정도로 경찰청에서 정말 잘했다. 그런데도 비오는 날 혼자 밖에 나가 연습할 정도로 독했다. 항상 긴장감과 위기 의식을 갖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많이 배웠다"고 떠올렸다.
최형우는 목표를 크게 잡는 스타일이다. 그는 시즌 전 "40홈런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비록 40홈런 달성은 쉽지 않지만 올해 홈런 1위는 바로 최형우다. 그는 "스물 몇 개에서 시즌 마지막 경기를 해도 내 목표는 40홈런이다. 목표는 무조건 크게 잡고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목표를 크게 잡고 끊임없는 노력을 한다. 삼성 수석코치 시절 그를 지켜본 한화 한대화 감독은 "3인방(최형우·박석민·채태인) 중 가장 빨리 철이 들었다. 고생을 한 번 해봤기 때문"이라고 했다.
잘 알려졌다시피 최형우는 방출생 출신이다. 지난 2002년 전주고를 졸업하고 2차 6번 전체 48순위로 삼성에 포수로 입단했다. '포수' 최형우를 기억하는 삼성 김현욱 트레이닝 코치는 "폼이 아주 예쁜 건 아니었지만 공을 그런대로 잘 받았다. 물론 그때도 방망이를 잘 쳤다"고 떠올렸다. 입단 첫 해였던 2002년 최형우는 4경기에서 5타수 2안타를 쳤는데 2안타 모두 2루타였다. 그러나 2005시즌 종료 후 최형우는 삼성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야구를 하기 위해 그는 경찰청에 입대해야 했다. 경찰청에서 외야수로 전향하며 장점인 타격 향상에 전념했다. 2년간 2군을 지배하자 그를 버린 팀이 다시 손을 뻗었다. 거꾸로 선택할 수 있는 위치가 된 최형우는 절친한 친구들이 있는 삼성을 택했다.
시련을 겪어본 사람은 달라도 다른 법이다. 그때부터 그는 목표를 크게 잡고 목표만큼 노력을 기울였다. 그래서 그는 '수비 잘한다'는 칭찬을 좋아한다. 노력한 만큼 빛을 보는 것을 최형우는 누구보다 즐긴다. 40홈런에 가려져있었지만 올해 그의 목표에는 데뷔 첫 3할 타율도 있었다. 지금 그의 타율은 3할2푼8리. 파워와 정확성을 두루 갖춘 최고 타자로 발전한 것이다. 조금씩 MVP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지만 그는 "우리 팀에서 MVP가 나온다면 당연히 (오)승환이형이 받아야 한다"며 손사래친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홈런 서른 개는 훨씬 넘게 쳐야 MVP 후보가 될 수 있지 않겠나". 등번호 34번. '삼성의 4번타자'답게 최형우는 지금 성적이 성에 차지 않는다. 목표가 있어 최형우는 더 노력한다. 어느덧 그는 최고 타자의 위치까지 바라보고 있다.
waw@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