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탉이 날고 있다. 양계장을 탈출해 집 앞 마당, 숲 속, 동쪽 늪지대 등 더 넓은 세상에 도전했던 ‘마당을 나온 암탉’ 속 암탉은 수많은 진기록들을 내놓으며 한국 극장가에서 비상 중이다.
토종 장편 애니메이션으로는 최초로 역대 극장용 애니메이션 박스오피스 10위권 진입이라는 쾌거를 이뤄낸 ‘마당을 나온 암탉’은 할리우드와 일본에 밀려 설 자리조차 없던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에 새 바람을 몰고 왔다. ‘손해만 입는 분야’란 기존 시각에서 ‘흥행의 새로운 돌파구’로 인식 전환을 이룬 것과 더불어 애니메이션에 대한 공적 투자 규모를 더욱 늘리는 등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실제로 ‘신화창조 프로젝트’ 대상 작품으로 ‘마당을 나온 암탉’을 선정, 제작 초기 종잣돈을 지원했던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은 이를 통해 거둬들인 수익금을 다른 영상물 제작에 재투자할 계획. 이 기관은 이미 총제작비가 130억 원이나 투입되는 초대형 애니메이션 ‘다이노맘’에 펀드 형태로 상당액을 투자하는 등 애니메이션 중흥을 돕고 있는 상황이다.

또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최초 도전했던 애니메이션 제작을 성공시킨 명필름과 오성윤 감독의 오돌또기는 각각 또 다른 애니메이션을 기획 중이라는 소식이다. 명필름은 ‘마당을 나온 암탉’ TV 버전 등을 염두에 두고 있고, 오 감독은 개를 주인공으로 한 2D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해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마당을 나온 암탉’은 또 한 번의 중요한 순간을 맞는다. 중국 국경절 연휴를 겨냥해 현지 개봉일을 30일로 확정 지은 영화는 중국 전역에서 약 3000여 개 스크린 규모로 상영된다. 입소문 마케팅을 위해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청두, 우한 등 5개 대도시에서 가족 관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약 15회의 대규모 시사회를 마련할 예정이다.
이번 중국 개봉은 그 자체만 해도 큰 의미를 지닌 사건. 무엇보다 최종 흥행 스코어에 따라 앞으로 제작되는 국내 애니메이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돼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해외 개봉까지 염두에 두게 되면 콘텐츠 내용 및 투자 등 전 영역에 걸쳐 막대한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한국의 산수를 담은 그림체와 감동적인 스토리로 국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마당을 나온 암탉’이 중국에도 ‘암탉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 두고 봐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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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