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던 LG 트윈스가 4강 도전의 끝자락에 섰다.
LG는 지난 주말 1위 삼성 라이온즈와 대구 원정 2연전을 모두 내주는 등 최근 5경기에서 1승4패로 부진했다. 13일 현재 54승1무60패를 기록해 4위 KIA 타이거즈(59승2무52패)에 6경기 반 차로 멀어졌다. 정규시즌 18경기를 남겨둔 LG는 4위와 승차가 쉬워 보이지만은 않는다. 여기에 당장 6위 두산 베어스(51승2무59패)에 한 경기 차로 쫓기고 있다.
LG는 올 시즌 초반만 해도 강력한 4강 후보였다. 6월 중순까지만 해도 줄곧 2위를 지켰다. 에이스 박현준의 돌풍과 두 외국인투수 벤자민 주키치와 레다메스 리즈의 호투 덕분에 안정된 경기를 이끌었다. 여기에 4월 MVP 박용택, 5월 MVP 이병규를 비롯해 조인성 등이 맹활약했다. 어느 팀과 붙어도 위닝시리즈가 기본이었다.

그러나 6월말부터 급격히 팀이 변했다. 연승 대신 연패에 빠지는 경기가 많았다. 가장 큰 이유는 부상 선수들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주전 유격수 오지환의 손바닥 부상을 시작으로 이진영은 수비 도중 홈런성 타구를 잡다 어깨를 다쳤다. 이대형은 투구에 복사뼈를 맞아 실금이 갔고, 그를 대신해 중견수로 출장한 이택근도 타구를 쫓다 허리를 다쳤다. 오지환을 대신해 유격수를 보던 박경수는 손목을 다쳤다. 주전 야수 5명이 부상을 당해 자리를 비웠다.
이제 2011 시즌도 얼마 남겨놓지 않은 LG. 지금 LG는 두 갈래 길에 서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6경기 반 차라는 현실을 받아들인 것인가. 아니면 기적을 바래야 할까.
▲현실을 받아들일까?
LG는 현재 6경기 반 차로 벌어졌다. 4강 기준이 될 5할 승률을 기록한다고 가정할 경우 4위 KIA는 남은 10경기에서 2경기만 이기면 된다. 그러면 67승66패가 된다. 3위 SK(59승2무52패)가 최근 부진한 점을 감안할 때 4위로 떨어진다고 가정할 경우 남은 20경기에서 7승만 하면 66승2무65패로 5할을 넘기게 된다.
그렇다면 LG는 어떨까. LG는 남은 18경기에서 13승을 거둘 경우 67승1무65패를 기록하게 된다. 즉, LG가 최소 13승5패를 기록하면서 SK가 7승13패가 될 경우 LG가 극적으로 4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 SK가 부진할 것이라는 가정하에서다. 만약 SK가 남은 20경기에서 10승10패를 할 경우 LG는 70승을 거둬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남은 18경기에 16승을 기록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수치다. 문제를 파악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적인 감정과 주관적인 생각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자료다. 여기에 내년과 내후년을 바로 볼 수 있는 계획과 안목도 필요하다.
비록 선수들, 코칭스태프, 그리고 LG 구단으로서는 아쉬움이 클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나온 수치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만약 4강 진출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마지막까지 주전 멤버로 가는 것보다 내년 시즌을 위한 리빌딩도 필요하다. 또 다시 어깨 근육이 뭉친 박현준을 무리하게 기용하기 보다 충분한 휴식과 치료를 통해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여기에 올 시즌 1군 경험이 부족했던 선수들을 유망주들을 불러 올려 기회를 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2007년 '콜로라도의 기적'을 꿈꾼다?
지난 2007년 미국프로야구(MLB) 콜로라도 로키스는 시즌 초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하위권에 머물렀다. 올스타전 이후에도 큰 변화는 없었다. 그러나 콜로라도는 15경기를 남겨놓고 14승1패를 기록하며 극적으로 서부지구 공동 1위에 오른 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콜로라도의 기적'을 일궈냈다. 덕분에 콜로라도는 12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지난 1995년 두산 베어스(당시 OB 베어스)는 시즌 막판 20경기를 남겨 놓고 LG에 6경기 차로 뒤져있었다. 그러나 대역전극을 통해 LG를 반 경기 차로 따라 잡고 정규시즌 1위에 올랐다. 물론 지금과 같이 4위 싸움은 아니었지만 LG가 쫓아가야 할 비슷한 승차를 줄인 사례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팀 타선의 집중력이 살아날 경우 또 다시 시즌 초와 같은 힘을 보여줄 수도 있다. 박종훈 감독도 후반기 시작 때부터 타선의 회복에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지만 아직까지도 타선이 터지지 않고 있다.
현실과 기적 가운데 답은 없다. 그러나 LG 프런트, 박종훈 감독 및 코칭스태프, 그리고 선수들이 답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답을 풀어야 한다. 당장 올 시즌을, 아니면 내년 시즌을 위해서 꼭 필요한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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