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가위에 비가 오지 않은 것을 반긴 사람들은 귀성차량 만이 아니다.
자칫하면 지옥의 스케줄을 겪을 뻔 했던 넥센 히어로즈는 비가 안 와 한숨 돌렸다. 넥센은 10일부터 부산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2연전을 가진 뒤 추석 당일 쉬고 13일부터 문학에서 SK 와이번스와 맞붙는 일정이다.
그러나 10일부터 추석 연후 내내 전국에 비가 올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가 내려진 뒤로 김시진(53) 넥센 감독의 얼굴은 계속해서 굳어 있었다. 만약 10일이나 11일 중 하루라도 비로 인해 경기가 연기되면 뒤로 밀리는 것이 아니라 당장 추석 당일인 월요일 예비일날 경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월요일 경기는 그렇다 치고 월요일 경기 후 밤에 귀경 차량들과 함께 올라와서 화요일날 바로 어떻게 경기를 치르냐"며 일정을 탐탁치 않아 했다. 연휴 기간 서울에서 부산을 오가야 하는 것도 모자라 하필 부산과 인천, 가장 먼 경기장을 오가야 하는 살인적인 일정에 비까지 겹친 것이다.
다행히 10일과 11일 부산을 비롯해 전국에 경기중 큰비가 내리지 않았다. 비록 넥센은 롯데 2연전에서 1무1패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이번 주 6연전을 위한 체력을 비축할 시간을 벌었다. 넥센은 13일부터 문학에서 SK와 2연전을 가진 뒤 목동에서 두산 베어스, 삼성 라이온즈와 홈 4연전을 갖는다.
한편 추석 프로야구 일정에 아쉬움이 남는 것은 짧은 연휴임에도 선수들에 대한 배려가 적었다는 점이다. 물론 지방 경기를 하지 않을 수 없지만 같은 기간 대구에서 삼성과 LG가 2연전을 치렀음을 감안할 때 비교적 가까운 삼성-롯데, LG-넥센전을 편성할 수도 있었다. 삼성-롯데, LG-넥센은 각각 2경기, 4경기 씩을 남겨놓고 있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KBO가 최선의 방법으로 일정을 편성하겠지만 아무래도 흥행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하위권 팀이 손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관중이 많이 찾는 팀이나 성적이 좋은 상위권 팀 위주로 경기를 편성하다 보면 하위권 팀은 일정 면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번 추석 넥센은 성적 면에서나 일정 면에서 힘든 연휴를 보냈다. 부산에서 '귀경'해 하루 휴식을 취한 넥센이 13일 SK를 잡고 매서운 하위권 팀의 힘을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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