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평균자책점 1위' 한화 마운드 달라진 비결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9.13 07: 48

"우리가 1위네".
지난 6일 대구구장. 삼성과 원정경기를 앞둔 한화 정민철 투수코치는 투수들을 모아 놓고 프린트 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내용은 주간 종합 성적. 한화 팀 평균자책점이 2.54로 주간 1위였다. 정 코치와 투수들은 주간 기록이기는 하지만 팀 평균자책점 1위라는 사실에 웃으며 격려하고 자축했다. 정민철 코치는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본인들의 위치를 한 번 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맹목적으로 133경기 그냥 가는 것보다 어느 고지에서 어느 성과를 거뒀는지를 알아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지난 일주일. 9월 팀 평균자책점 1위는 여전히 한화다. 9월 9경기에서 팀 평균자책점 2.30으로 1위. 한화는 9월 9경기에서 6승3패를 거두며 두산(7승2패)에 이어 전체 2위의 성적을 내고 있는 중이다. 4월(5.60)·6월(5.44)·7월(5.32)·8월(5.16) 모두 팀 평균자책점 최하위였던 한화 마운드가 9월에는 확 달라진 것이다. 선발과 불펜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라 더욱 의미가 있다.

9월 9경기에서 한화 선발진은 51이닝을 소화하며 17자책점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선발 평균자책점 3.00으로 삼성(2.45)에 이어 전체 2위. 이 기간 동안 한화는 퀄리티 스타트를 4차례했으며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조기강판된 것은 딱 한 차례밖에 되지 않는다. 부상에서 돌아온 류현진과 양훈은 나올 때마다 퀄리티 스타트를 펼쳤다. 특히 양훈은 2승 평균자책점 2.70으로 위력을 떨쳤다. 김혁민·안승민·마일영 등도 선발로서 제 몫을 해줬다.
불펜은 더 위력적이었다. 31이닝 동안 4자책점. 평균자책점이 1.16으로 9월 전체 1위다. 불펜의 '절대 필승카드' 박정진은 9월 5경기에서 8⅔이닝을 던지며 1승1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제로라는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펼쳤다. 이 기간 탈삼진만 11개. 마무리 데니 바티스타도 9월 5경기 2승3세이브 평균자책점 제로로 가공할 만한 위력을 떨쳤다. 7⅓이닝 동안 탈삼진 10개. 박정진-바티스타는 리그 최고의 필승 계투조로 떠올랐다. 여기에 송창식까지 9월 3경기 평균자책점 1.17로 힘을 보탰다.
정민철 코치는 9월 달라진 계기로 류현진의 공백기를 이유로 들었다. 정 코치는 "에이스 이탈로 염려를 많이 했다. 하지만 선수 본인들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야 하는 조직력의 중요성을 느끼더라. 경기에서 능력의 최대치를 내기 위해 여러모로 준비하는 과정을 보니 많이 프로다워지고 성숙해졌다는 것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이 두 달 가까이 선발진에 이탈했지만 나머지 선수들이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선수들의 책임감이 강해졌다는 뜻이었다.
이어 정 코치는 "시즌 초반부터 감독님께서 꾸준하게 젊은 투수들에게 선발 기회를 주셨다. 선수들도 벤치의 의중을 알고 자존감을 느끼며 경기하다 보니 이제는 웬만한 위기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며 "중요한 건 여기서 안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본인들이 얼마나 기회받고 주목받는 선수라는 것을 알고 노력한다면 각자의 브랜드네임을 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코치는 "최강 불펜을 자랑하는 삼성도 과도기가 있었다. 우리 투수들도 남은 시즌 좋은 분위기를 이어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포수 신경현도 "시즌 초와 비교하면 투수들의 기량이 많이 늘었다. 내년에는 훨씬 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시즌 초부터 젊은 투수들에게 기회를 주며 마운드 리빌딩을 이끈 한대화 감독은 "올해 성과라면 젊은 투수들이 성장한 것"이라며 흐뭇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11년 한화의 최대 성과는 마운드 리빌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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